[그 영화 그 노래] 엑스파일 시즌 5 에피소드 5

 

 


 


  




 


 


요즘은 미국 드라마를 거의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예전에는 그저 공중파에서 더빙으로 방영하는 걸 보는 게 다였다.


 


그래도 간간히 대박에 가까운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가 나오곤 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


 


“전투” (Combat), “달라스” (Dallas), “초원의 집” (Little House on the Prairie),


“코스비 가족” (The Cosby Show), “아들과 딸들” (Eight Is Enough),


“CSI: 과학수사대” (CSI: Crime Scene Investigation)


 


… 등이 떠오른다.


 


 



드라마 “전투” (Combat)의 오프닝

 


 


 



“코스비 가족” 중에서 …

 


 


흠, 그러고보니 나름 많은 히트작들이 있었구나 싶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봤던 미드 “알프” (Alf) … 알프는 고양이를 좋아라!하는데 … 

 


 


이렇듯 예전에도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가 꽤나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독특한 경우가 바로 “엑스파일” (X-files)이 아닌가 싶다.


 


엑스파일은 쟝르부터가 SF 수사물이라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즐길만한 소재도 아니었고, 그 내용도 외계인에 뮤테이션에 음모론에, 여튼 소위 덕후가 즐길만한 요소로 가득했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 시리즈는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에서도 크게 히트했고, 1993년 첫 방영 이후 2002년 까지 무려 9 시즌을 이어갔다. 그리고 영화로 두 편이 제작되기도 했다. 


 


 


 




언제 누가 들어도 익히 아는 바로 그 “엑스파일” 테마음악

 


 


“엑스파일”은 지금까지도 어쩌면 우리 문화의 필요요소 중 하나로 기능하기도 하는데,


그 테마음악은 뭐 좀 미스테리한 효과를 내고 싶다거나 할 때 거의 무조건 쓰이며,


어떤 이슈가 뭔가 폭로성이 있다 싶으면 죄다 “엑스파일”이라 부르곤 한다.


 


그리고 등장인물 “멀더 요원”과 “스컬리 요원”은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고,


“진실은 저 너머에” (The Truth Is Out There) 라는 표현은 상용구화 되었으며,


이들을 더빙했던 이규화 씨와 서혜정 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TV에서 그 역할 톤 그대로 쓰이고 있다. (예를 들자면 “롤러 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 등)


 


개인적으로 “엑스파일”의 모든 에피소드를 좋아라 했지만, 그 중 독특한 재미를 선사해준 건 5시즌의 에피소드 5 이다. (참고: “The Post-Modern Prometheus“)


 


왜 그런고하니, 이 에피소드는 기존의 “엑스파일”과는 좀 벗어난, 그러니까 좀 쉬어가는 에피소드이어서 가볍게 즐길 수 있었고 코믹한 터치에 … 셰어(Cher)의 노래로 가득차 있어서이다. 


 


 


 



 


 


 


위의 동영상은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 매우 친절하게도 엔딩 신의 Cher 노래가 우리말로 번역까지 돼있다.


 


만드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리는 바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노래 “Walking In Memphis”는 원래 Mark Cohn이 1991년에 발표하여 그래미 신인상까지 수상하게 해 준 노래이다.


 


이 노래를 Cher가 리메이크한 건 1995년이고 큰 히트를 하지는 못했지만 이후 “엑스파일”에 삽입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그런 노래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Cher의 뮤직비디오 중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무척 좋아하는데, 한 번 보시면 왜 그런지 이해가 갈 정도로 Cher의 매력이 듬뿍 묻어 나온다.


 


 


 



 


 


 


1946년 생인 Cher는 가수로서 대성공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1985년에 칸느에서, 1988년에 아카데미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성공한 배우이기도 하다.


 


사실 Cher는 그래미, 아카데미, 에미, 골든그로브, 칸느 등 내노라하는 주요 문화 수상식에서 다 수상을 한 바 있는 유례를 찾기 힘든 엔터테이너이며 데뷔후 최근까지 줄곧 빌보드 넘버 1 싱글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녀가 열연한 영화 중에는 명작으로 불리는 작품이 여럿 있는데,


“실크우드” (Silkwood), “마스크” (Mask), “이스트윅의 마녀들” (The Witches of Eastwick), “문스트럭” (Moonstruck), “귀여운 바람둥이” (Mermaids), “티 위드 무쏠리니” (Tea with Mussolini) 등이 그것이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하나씩 찾아서 감상해 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녀의 영화 중 하나와 관련된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고자 하는데, “귀여운 바람둥이” 원제로 인어들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The Shoop Shoop Song이다.


 


이 영화에는 어린 시절 위노나 라이더와 크리스티나 리치가 함께 공연하고 있고 뮤비에는 그녀들의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럼 즐감~ ^^



 



영진공 이규훈


 


 


 


 


 


 


 


 


 


 


 


 


 


 


 


 


 


 


 


 


 


 


 


 



 

“별의 계승자 (Inherit The Stars)”, 하드SF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






저자: 제임스 P.호건
역자: 이동진
펴냄: 오멜라스


하나의 현상을 두고 자료를 수집해 가설을 세우고 증명을 하며 치열하게 이론을 정립해가는 과학자들의 모습은 마치 범죄사건을 풀어가는 탐정의 모습과도 같다. 달이라는 ‘밀실’에서 발견된 5만 년 전 우주 비행사의 시체(월인月人)를 놓고 과학자들이 모여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그래서 SF소설이지만 동시에 추리소설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드라마 CSI에서 첨단 기기들을 이용해 범죄를 밝혀내듯 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고학, 비교해부학, 진화론, 지질학, 천문학, 언어학, 수학 등 여러 분야의 과학들이 등장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과학이론을 도구 삼아서 미스테리의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어떤 음모도 저열함도 등장하지 않는다. 외계인도 치열한 전투도 없다. 오로지 지적 호기심에서 나오는 과학자들의 열정만이 있다. 작가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이런 틀 안에서 흥미진진하며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독자들에게 추리소설 특유의 지적인 유희를 선사한다.


역자의 지인이 ‘학회SF’라는 기막힌 비유를 내놓았듯 이 작품의 중심에는 과학과 과학자가 놓여있다. 이처럼 과학이 중심이 되는 SF소설을 하드SF라고 분류하는데 ‘별의 계승자’는 하드SF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SF는 과학이라는 제약을 안고 출발 한다. 마치 훨훨 날아다녀야할 상상력에 과학이라는 추를 메달아 놓은 모습이다. 자칫 소설의 탈을 쓴 과학기술서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것을 이겨낸다면 개연성이라는 커다란 힘을 얻게 된다. ‘별의 계승자’역시 과학과 소설적 재미를 잘 융합시킨 결과 소설에 등장하는 현실과학에 바탕을 둔 이론들은 작품에 설득력과 개연성을 부여해 주었다.

영문판 삽화

SF작가인 피터 와츠(Peter Watts)는 이런 하드SF의 어려움을 ‘하드 SF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란 물음으로 쓴 글에서 이야기했다.



‘..(중략)..그럴듯한 과학을, 인간형 외계인과 초광속으로 넘쳐나는 장르에서 과학이 중요치 않은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진해서 나서는 도전이다…(중략)

이건 단장 5보격의 운율에 맞춰 구약을 다시 쓰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이것은 자의적인 목표일 뿐이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더 쉬운 방법이 있다. 여러 제약 조건들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평범한 이야기가 훨씬 간단할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성공한다고 해도, 최종 결과물은 품위 없고 보기 싫은 것이 될 수 있다. 이야기인 척하는 에세이와, 해설로 가득 차서 터질 것만 같고 빈약한 캐릭터로 허술하게 치장된 핵심 아이디어 같이 말이다. 이러한 실패에는 우리의 몫도 있다.


하지만 만일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이런 제약이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면 어떨까? 최종 결과가 기적적으로 부자연스럽고 억지로 꾸며 낸 것이 아닌 걸작이 나왔다면? 이건 마치 한 손을 등 뒤에 묶은 채로 전쟁터를 헤매었는데도 살아남은 것과 같다. 승리한 것이다….(중략)‘


[ 하드 SF 르네상스1 (행복한 책읽기, 2008)에서 발췌 ]


제임스 P.호건은 한 손이 아닌 두 손을 뒤로 묶은 채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것이다.


영진공 self_fish






 


 


 


 

미드 속의 한국계 배우들

최근의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를 보다보면 이전과는 확연히 차이를 느낄 정도로 꽤나 많은 한국계 배우나 한국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계가 연기력이 더 뛰어나서인 건지, 한국이라는 나라의 인지도(?)가 미국 내에서 이전보다 많이 높아져서인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암튼 몇 년 전까지에 비하면 인기 시리즈의 메인 캐릭터 중에 한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재미삼아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어서 대략 정리를 해보았다.
일단 조연급 이상 고정출연자 위주로 정리를 하였는데, 혹시 여기에 거론되지 않은 한국계나 한국계로 그려지는 캐릭터들이 더 있다면 댓글로 제보하여 주시기 바란다.

먼저 Usual Suspects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1. 산드라 오 (Sandra Oh)

1971년 7월 20일생 / 캐나다 온타리오 /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남.
現 출연작: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 인턴 크리스티나 양 役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에서의 분노의 화이바질이 지금도 인상 깊은 그녀는 아마도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중에 가장 성공한 이일 것이다.

캐나다에서 연극과 TV 그리고 영화로 다채로운 배우활동을 펼친 그녀는 캐나다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Genie Awards에서 두 차례 (1994년과 1999년)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였고, 1996년에는 미국의 TV 시리즈 “Arli$$”에 출연하며 미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2005년에 영화 “사이드웨이”의 성공으로 미국 관객들에게 더욱 친숙해진 그녀는 그 해에 방영을 시작한 TV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에 캐스팅된다.

이후 현재까지 6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이 드라마의 성공가도 질주에 톡톡히 일조를 한 그녀의 연기는 미국 관객과 비평가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으며 2005년부터 5회 연속 에미상 후보에 올랐고 2006년에는 골든글로브 TV 시리즈 부문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였다.

* 원래는 레지던트 베일리 역을 제안 받았다는데, 본인이 크리스티나 역할을 강력히 요구하였다나 어쨌다나~

** “사이드웨이”의 감독인 알렉산더 페인과 2003년 결혼하였으나 2006년에 이별.

  

[미국의 토크쇼 “지미 키멀쇼”에 출연한 산드라 오.  영상 중간에 부모님들 모습도 보임.]

2. 마가렛 조 (Margaret Cho, 한국이름 조 모란)

1968년 7월 20일생 /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남.
現 출연작: “드롭 데드 디바 (Drop Dead Diva)”, 비서 테리 리 役

그녀의 경력과 삶이 조금만 덜 굴곡졌더라면 아마도 마가렛 조는 미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계 배우겸 코미디언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스탠드업 코미디언(무대에 홀로 서서 신랄한 풍자와 독설로 주로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모든 사회현상을 조롱하는 걸 장기로 삼는다.)으로 경력을 시작한 그녀는 1994년에 American Comedy Awards에서 최고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언상을 수상하는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그녀가 주인공인 TV 시리즈 “All American Girl”이 1994년에 ABC를 통해 방송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시리즈로 인해 그녀의 삶과 경력은 굴곡지게 되었다.  아시아인을 지나치게 비하한다는 비난과 너무 미국적이라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고, 제작사는 그녀가 너무 뚱뚱하고 얼굴이 지나치게 펑퍼짐하다고 압박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 여파로 다이어트에 중독된 그녀는 시리즈가 1시즌으로 종결돼버리는 수난을 겪으며 약물과 알콜중독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1999년에 재기한 그녀는 본업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다시 나섰고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그녀의 독설은 더욱 날카롭게 톤을 높였다.  그리고 최근까지 “데일리 쇼” “섹스 앤드 시티” “더 뷰” 등 다수의 인기 TV 프로그램과 “페이스 오프” 등의 영화에 출연하였다.

2009년에 13편으로 시즌 1을 마무리하고 현재 시즌 2가 제작 중인 “드롭 데드 디바 (Drop Dead Diva)”를 통해 안방극장의 메인 캐릭터로 컴백한 그녀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 어머니의 한국 액센트를 흉내내며 웃음의 소재로 삼기도 하고 게이의 권리쟁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의 모습에 재미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녀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이 꽤 많이 존재한다.

** 그녀는 미국 사회에서 매우 적극적인 反 부시 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의 토크쇼 “더 뷰 (The View)”에 출연한 마가렛 조.

그녀의 거침없는 발언은 여기에서도 여전하다.

3. 존 조 (John Cho, 한국이름 조 요한)

1972년 6월 16일생 / 서울 /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現 출연작: “플래시포워드 (Flashforward)”, FBI 요원 드미트리 노 役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LA로 이민을 온 존 조는 1996년에 UC버클리를 졸업하고 잠깐 영어 선생님을 하기도 했다 한다.

광고전단의 모델로 연기경력을 시작한 그는 1999년 영화 “아메리칸 파이 (American Pie)”에 출연하여 MILF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등 연기자로서 주목을 받게 된다. (저 단어의 뜻은 각자 알아서 파악해 보시라 …)

이어 “아메리칸 뷰티” “아메리칸 파이 2” 등에 출연하던 그는 2004년의 영화 “해롤드와 쿠마 (Harold and Kumar Go to White Castle)”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다.

그 후 TV쪽으로도 활동영역이 대폭 넓어진 그는 “키친 컨피덴셜” “어글리 베티” 등의 TV 시리즈와 2009년 영화 “스타트렉 (Star Trek)”에도 출연하였다.

그리고 현재 인기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TV 시리즈 “플래시포워드”에서 한국계 FBI 요원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 “해롤드와 쿠마” 3편은 당분간 보기 힘들듯 하다.  왜냐하면 쿠마(Kal Penn)가 오바마 행정부의 관직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라능~

** 역시 배우인 케리 히구치와 결혼하여 1남을 둔 그는 캘리포니아 주의 동성결혼금지법에 대한 반대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코미디쇼 “매드 TV”에 출연한 존 조.  함께 나오는 이는 레귤러 멤버인 바비 리.]

여기서 잠깐,
위 동영상에 등장하는 바비 리(Bobby Lee)에 대해서 알아보자.

4. 바비 리 (Bobby Lee)

이 친구의 신상정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1972년 9월 17일에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출생하였고 한국계이며 본명이 Robert Lee Jr. 라는 정도.

스탠드 업 코미디언으로 경력을 시작한 바비 리가 미국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Fox방송을 통해 14년 동안 방영되다 2009년에 종영한 “매드 TV(MADtv)”에 진출하면서부터이다.  그는 여기에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고정출연진으로 맹활약하였는데, 초기에는 아시아인을 희화하는 보조역할로 시작하여 최근에는 주요 멤버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다. 

“매드 TV”는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진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Saturday Night Live, SNL)”와 유사한 형식의 코미디 쇼인데, 내용은 SNL보다 파격적이고 직설적이어서 보는 이에 따라서는 ‘즈질’이라고 맹비난받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바비 리가 MADtv에서 한국의 드라마를 패로디한 코너를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그걸 한 번 보도록 하자.

봐서 알겠지만 이게 말하자면 “막장”드라마의 원조라해도 좋을만큼 막 나가는 코너이다.
뭐 어쨌든 이 코너가 은근 인기가 있어서 현재 유툽에는 4부작이 올라와있으니 위 동영상이 재밌다고 느낀 분은 직접 찾아서 감상하시면 되겠다.

참, 혹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웃겨만 주면 장땡인 영화를 즐기는 분이라면 바비 리가 단역으로 출연한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Pineapple Express)” 강추다.  이 영화에 한국인 갱단이 나오는데 “다 죽여버려, 씨*놈들 …” 따위의 한국말 대사가 슝슝 날라댕긴다.


자, 그럼 이제부턴 그냥 무순으로 정리해보도록 하자.

5. 제임스 카이슨 리 (James Kyson Lee, 한국이름 이 재혁)

1975년 12월 13일생 / 서울 /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
現 출연작: “히어로즈 (Heroes)”, 안도 마사하시 役

처음에 히로의 충실한 동료로 시작하여 이제는 능력자의 반열에 올라 선 그.

“히어로즈”가 일본에서도 꽤나 인기인지라 일부 일본 친구들이 왜 굳이 일본인 역에 한국계를 캐스팅했냐고 툴툴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뭐 어쨌든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여 이제는 고정출연자의 자리를 확보한 그는 이전에도 “CSI LV” “West Wing” 등 인기 시리즈에 잠깐 잠깐 출연한 적이 있다.
   
* 이 친구 짬짬이 패션모델로도 뛰고 있다능~

6. C.S. 리 (C. S. Lee, Charlie Lee)

1972년 12월 30일생 / 청주 /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現 출연작: “덱스터 (Dexter)”, 플로리다 경찰 CSI 빈스 마수카 役

살인범을 연쇄살인하는 경찰요원 덱스터의 밉지않은 변태(?) 동료인 청주 출신 챨리 리.

“Sopranos” “Law & Order” 등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다가 “Chuck”에서 나름 비중있는 역할을 맡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덱스터”를 통해 고정출연자로 자리를 잡은 그의 향후 활약을 기대해 보자.

7. 팀 강 (Tim Kang, 한국이름: 강일아)

1973년 3월 16일생 / 샌프란시스코
現 출연작: “멘탈리스트 (Mentalist)”, CBI 요원 킴벌 조 役

UC버클리 학사에다가 하바드 석사 출신인 그.

“Shell” “AT&T” 등 굴지의 기업 광고에서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2002년부터 “Sopranos” “Law & Order” “Monk” “The Unit” 등의 TV 시리즈와 “Two Weeks Notice” “Forgotten” “Rambo 4” 등의 영화에 출연하였다.

그리고 2008년에 인기 시리즈 “멘탈리스트”에서 과묵하고 진지한 한국계 형사역으로 고정배역을 확보하였다.

8. 다니엘 헤니 (Daniel Phillip Henney)

1979년 11월 28일생 / 카슨 시티
現 출연작: “쓰리 리버즈 (Three Rivers)”, 닥터 데이비드 리 役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능~ ^^

9. 그레이스 박 (Grace Park)

1974년 3월 14일생 / LA 출생, 캐나다에서 성장
現 출연작: “배틀스타 갈락티카 (Battlestar Galactica)”, 중위 샤론 발레리 役

개인적으로 아무 주저 없이 최고의 미드 중 하나로 꼽는 “배틀스타 갈락티카”.
보통의 시리즈와 비교하면 극의 전개가 좀 늘어지는 편이지만, 미드를 좋아하는 분에게 항상 권하는 시리즈이다.

바로 이 시리즈의 2004년 1시즌부터 2009년의 4시즌 종영까지 극의 중심에서 Key 역할을 한 해군 비행사 중위 샤론 “부머” 발레리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그레이스 박이다.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한 이 시리즈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맥심지에도 등장한 그녀는 몇 차례 그 잡지 Hot 100 리스트에 오르기도 하였다.
아래는 인증샷 …


사실 2009년에 “배틀스타 갈락티카”가 무수한 매니아들의 탄식을 뒤로 하고 종영이 되었기에, 그녀를 어떻게 소개해야하나 초큼 고민을 했었는데 …

음화홧!!! 10월에 새로이 시즌 5가 시작하였으므로 고민 끝.

* CSI 라스베가스 9시즌 에피소드 20에서 그레이스 박이 살짝 카메오로 나왔는데, 관심있는 분은 함 찾아보셈 ^.^

** 아래 동영상은 시즌 5의 예고편.

10. 김윤진 (Yunjin Kim)
11. 다니엘 김 (Daniel Dae Kim)

現 출연작: “로스트 (Lost)”, 선권(윤진) 진권(다니엘)

이 두 사람도 역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능~ ^^

12. 로렌스 피쉬번 (Lawrence Fishburne)

1961년 7월 30일생
現 출연작: “CSI 라스베가스 (CSI)”, 요원 레이몬드 랭스턴 役

오잉??? 이 사람이 한국계라고???

놀라실 것 없다.
사실인즉슨, 로렌스 피쉬번이 아니라 그 뭐냐 거시기 최근에 레이몬드 랭스턴의 출생지가 한국의 서울로 밝혀진 것이다.

에, 말하자면, 유머다 … 그냥 넘어가주면 안 될까, 응???

영진공 이규훈

“멘탈리스트”, 증거와 단서의 차이


-= IMAGE 1 =-


누가 죽였는지 알아요?
나와 내 동료들이 찾아낼거야.
어떻게요?
보고, 듣고, 질문하고…
– 멘탈리스트, 2회 –

범죄-수사드라마는 오랜 전통을 가진 장르라 할 수 있다. 인류가 처음 만난 스모그로 어둠침침하던 영국에서 인기를 누리던 아가사 크리스티,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도 따지고 보면 범죄-수사 드라마다. 이 장르가 오래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왜 사람들이 이 장르에 끊임없이 눈길을 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숨겨진 범인을 찾아낸다는 설정이 퍼즐 혹은 미스터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범인과 탐정의 머리싸움이라는 설정이 우리의 사회생활을 관통하는 핵심주제인 독심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게다가 범죄와 추리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는 과정이 “우아하게 호수 위를 부유하는 백조도 알고 보면 물 밑에서는 조낸 물갈퀴질을 해대고 있다”는 모두의 상식적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이 장르는 온갖 형태로 지속되어 왔다. <제시카의 추리극장>이나 <레밍턴 스틸>도, <탐정 콜롬보>나 <블루문 특급>도, 최근에 내가 좋아하는 [NCSI]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수사반장>도 모두 이 장르의 형제들이다.

한동안 정체되어 있는가 싶었던 이 장르는 2000년, 첨단 법의학을 내세운 [CSI]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단계로 진화했다. 그 이후 최근까지도, 이 장르의 유행은 법의학이었다. 비록 드라마에서 내세우는 법의학은 실제와는 엄청나게 많이 다르다지만 (예를 들어, 범죄현장에서 긴머리를 치렁치렁 날리며 증거를 수집하는 몸짱 수사관이라든지, 통유리 칸막이로 이루어진 실험실 등등…), 사람들의 머릿속에 “범죄수사=법의학” 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질 만큼, 그래서 미국 법정에서 배심원들이 드라마 에서 본것 같은 빵빵한 증거들을 기대하고 그런 증거가 없으면 무죄를 때려버리는 현상까지 문제가 될 만큼, 최근 몇 년간 법의학의 유행은 압도적이었다.



2000년에 첫 시즌이 방송되었던 CSI …


닥치고 증거! 범인은 증거 속에 있다를 모토로 정진한 CSI …


물론 증거 뿐만 아니라 후까시로도 범인을 잡는 호반장도 있지만 …


이 법의학 유행이 정점에 도달해 있는 2009년 지금, 유행을 거스르는 드라마가 하나 시작했다. 바로 <멘탈리스트>다. 말로는 영매를 가장해서 사기질을 치던 “독심술사”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드라마인 것처럼 치장했으나, 따지고 보면 예전 아가사 크리스티 시절의 범죄-수사 드라마의 전통으로 되돌아간 이야기이다. 이 <멘탈리스트>를 보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전통적인 추리드라마가 어땠는지를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그래 그 둘의 차이는 도대체 뭐냐고? 물론 대부분은 결국 같다. 둘 다 추리를 하고, 범인을 밝혀낼 뿐이다. 단지 하나만 다를 뿐이다. 같은 법의학 수사극이 증거(proof)를 수집한다면, 전통적인 추리극은 단서(clue)를 모은다. 하지만 이 단순한 차이가 이야기의 흐름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멘탈리스트

법의학이 찾는 ‘증거’는 사실 지극히 생물학/물리학적인 것들이다. 지문, 발자국, 혈흔, 머리카락, 체액, 유전자, 그 외에 사소한 흔적들… 물론 이것들이 범인을 밝혀내는 매우 중요한 단서들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찾아내고 범인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기 보다는 지극히 건조하다. 그래서 CSI는 이 과정을 화사한 특수효과들과 그만큼이나 화사한 수사관들, 그리고 SF에서나 나옴직한 실험실로 치장해야 했다.



무슨 법의학 실험실이 이다지도 화사하단 말인가 …

하지만 인류가 오랫동안 추론에 사용해온 ‘단서’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흘리는 모든 것이 바로 단서이기 때문이다. 어조, 눈빛, 자세, 정황, 그리고 애증관계와 동기들… 거기에는 이미 인간의 마음이 담겨있으며 그것을 찾아내는 과정은 그 자체가 드라마다. 법의학의 증거가 진단시약과, 현미경, 그리고 원심분리기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라면, 단서는 <멘탈리스트>의 주인공 패트릭 제인이 말하듯 “살펴보고, 들어보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단서를 포와로가 말하던 회색의 뇌세포에 집어넣고 돌려서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독심술사의 눈으로 보면 다 보여 …


잘린 손만 보고 그 사람의 인종, 연령대, 직업과 지위까지 알아내는 … 멘탈리스트


어쨌든, 이 드라마 <멘탈리스트>는 지극히 오래된 장르의 규칙을 ‘독심술’과 ‘최면/암시’라는 새로운 포장을 덧입혀서 되살려냈다. 비록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지나치게 속이 보이고, 지나치게 잘 속는다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우리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예전의 추리문학이 그랬듯, 인간과 사회의 본성에 대한 약간 새로운 고찰에서 나오는데, 그것을 즐기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시청자들의 선택이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즐겁게, 마치 현대판 아가사크리스티를 읽는 기분으로 시청하고 있다.

덧붙여, 멘탈리스트에서 패트릭 제인(사이먼 베이커)이 사용하는 기술들,
즉 최면이나 암시, 혹은 바디랭귀지 읽기 등등은 실제로도 활용되는 것들이다.
이 분야를 요즘은 신경-언어 프로그래밍(NLP), 혹은 신경-언어 해킹(NLH) 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더라.
최면은 따지고 보면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뭔가에 넋놓고 있는 상태가 얕은 최면이니까…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은 실제로 점쟁이들이 하는 일이고, 광고쟁이들도 하는 일이다.

나는 이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라 자세한 설명은 못하지만,
간단한 설명은 디씨인사이드의 미국드라마 갤러리에서 알케믹 이라는 양반이 제공하고 있다. 아래는 그 양반이 쓴 첫번째 글이고, 나머지도 더 있으니 함 찾아 읽어보시길…

멘탈리스트, 심리 해킹의 미학 <1편> : 핫리딩
http://gall.dcinside.com/f_drama/224280



그나저나, 길반장이 떠나고 모피어스가 이어받은 CSI는 잘 돌아가려나 …
뭐, 빨간약과 파란약으로 어떻게든 하겠지 …

영진공 짱가

“그림자 살인”이 조선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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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극을 표방하는 <그림자 살인>은, 실은 추리를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상한 추리극이다. 시작은
그럴싸하다. 시커먼 밤 인적 없는 숲속에서 시신 한 구가 누군가의 손에 운반된다. 시체는 누구일까? 시체를 운반하는 자가
범인일까? 궁금증은 곧 풀린다. 시체는 고관대작의 아들로 밝혀지고 의학도 장광수(류덕환)가 해부실습을 위해 주워왔던 것이다. 이
사실을 파악한 장광수는 누명을 벗기 위해 사립탐정을 고용하니 그가 바로 홍진호(황정민)! 홍진호는 발명가 순덕(엄지원)이 고안한
도구들로 진범 찾기에 나선다. 

박대민 감독의 <그림자 살인>은 여러 모에서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다.
충무로 보증수표 황정민에, <놈놈놈>의 조화성 미술감독이 참여한 볼거리 가득한 경성, 그리고 화려한 액션까지. 그런데
정작 있어야 할 추리는 없다. 영화의 모든 패를 던져버리는 초반에 다 드러나 버리는 것이다.

예컨대, 홍진호의 등장은
<차이나타운>(1974)의 기티스(잭 니콜슨)와 캐릭터 맥락이 일치한다. 남편이 집나간 사이 불륜을 벌이는 부인의
뒤꽁무니를 쫓아 벌거벗은 사진을 증거랍시고 찍어대는 한심한 사립탐정, 하지만 소싯적 지방검사를 지낸 적 있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정의감 따위 엿 바꿔 먹고 돈(혹은 여자)에 혹해 사건을 맡게 되는 점 등 두 인물은 판박이인 것이다. 고로, 이와
같은 상관관계를 통해 <그림자 살인>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던 사건이
핵심에 다가설수록 더 큰 음모와 연루되어 있고 이를 통해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마주서게 되는 것. (<차이나타운>이
바로 그렇다!)

추리가 주가 되는 작품에서 예측 가능하다는 건 치명적이다. 게임오버다. <그림자
살인>처럼 홍진호가 기티스의 영향 하에 있고, 홍진호와 장광수의 관계가 홈즈․왓슨 콤비를 연상시켜도, 순덕의 존재가
<CSI 과학수사대>의 벤치마킹일지라도 설정은 설정일 뿐 오해하지 말지이니, 이에 관계없이 예측 불가한 전개를
보여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추리극의 재미요, 백미다. 그래서 추리를 다루는 작가는 종종 독자와 공정한 게임을 벌인다고 하지만
의도적으로 독자의 접근을 차단해 흥미를 배가시킨다.

물론 <그림자 살인>에도 관객의 접근을 차단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도무지 추리에 집중할 생각을 하지 않고 관객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려는 것이 문제일 뿐. 안타깝게도
<그림자 살인>의 작가들은 추리극을 쓸 능력이 없어 보인다. 가령, 범인의 정체를 초반에 노출하는데, 그것이 관객에게
혼란을 줄 목적이라지만 제2, 제3의 용의자가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 복선이 깔리는 것도 아니고 애당초 호기심을 자아내는
미스터리? 그런 거 없다.

대신 영화는 액션과 경성 풍경에 승부수를 띄운다. <본 얼티메이텀>을
연상시키는 초반 액션장면에 대해 길고 지루하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걸 보면 <그림자 살인>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추리에
대한 부족한 능력치를 강력한 볼거리로 메워보겠다는 것. 그중에서도 내가 관심이 갔던 부분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이라는
점이다.

<그림자 살인>뿐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추리극을 표방한 한국영화를 보면 유독 조선시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김대승의 <혈의 누>(2005)가 그랬고, 김미정의 <궁녀>(2007)가
그랬으며, 이 영화가 그렇다. 나는 이것이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리물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의
DNA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정이 중시되고 초자연적인 사고가 익숙한 문화 속에서는 과학과 증거가 뒷받침되는
합리주의를 기반으로 한 추리물에 태생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는 법. 하여 한국인이 만드는 추리물은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질 뿐 아니라
이야기 얼개도 굉장히 약한 편인데 아마 그런 난점을 조선시대라는 배경을 통해 가리려는 게 아닐까 추측해보는 것이다. 

가령, <그림자 살인>의 배경은 조선 중에서도 황제가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일제 강점기라 부르는
1900년대 초반 경성이다. 전쟁과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일본으로부터 신문물이 유입됐던 시대, 한복과 하이힐이,
양복과 상투가 자연스럽게 한 몸에 공존하며 문화충돌이 기승을 부리는 모순의 시대가 바로 이때였다. 요는 근대와 반(反)근대가
난립했던 시대의 이중성만큼 앙상한 추리 서사에 대한 면죄부로 기능하기에 좋은 조건이 없다. 추리극의 면모를 유지하되 결정적인
상황에서 이성보다 정에 호소함으로써, 과학보다 초자연주의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합리주의와는 가장 동떨어진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바로 <궁녀>이다.

<궁녀>는 <그림자 살인>의
순덕 이전 이미 내의녀 천령(박진희)을 등장시켜 과학수사를 보여준 전례가 있다. 물론 <그림자 살인>과 달리
<궁녀>는 배경이 정조시대지만 (극중 정확한 시대가 언급되지 않지만 정황상 유추가 어렵지 않다) 정조가 신문물을
들이는데 관대했고 개혁책을 앞세워 고문(古文)을 옹호하는 보수 세력과 대립을 이뤘다는 점에서 경성이 갖는 시대의 이중성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여 <궁녀> 역시 궁 내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두고 초반엔 천령의 과학수사를 앞세워
추리극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귀신의 존재를 암시하며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극을 해결한다.

<
그림자 살인>은 <궁녀>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더 영리해 보이지도 않는다. <궁녀>처럼
시대의 이중성을 노골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신 면죄부 삼으려는 태도를 취한다. 추리극을 표방하는 <그림자 살인>은
논리적인 사건 해결을 통한 지적 유희의 전달보다 일제를 향한 민족적 복수심의 쾌감을 극대화하는데 봉사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중성은 결국 ‘타락한’ 일본인에 맞서는 ‘정의로운’ 한국인의 대립으로 구체화된다. 이성보다 복수심에 기대 합리주의를 무효화하는
민족주의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자 살인>에 등장하는 공간적 배경이라든지 소품들은
사건의 단서 혹은 복선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철저히 무능력한 추리력을 감추려는 볼거리 혹은 일본을 제압하는 의미로써 작용한다.
사건 해결에 전혀 기능하지 못하는 은청기나 만시경 같은 신기한 도구들은 물론이요, ‘총’을 든 홍진호가 ‘칼’을 든 일본인을
이기는 이미지는 관객의 시선을 교란시키기 얼마나 좋은가.

코언 형제는 자신들이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다루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과거는 이국적인 느낌을 줘요. 과거를 스토리의 배경으로 삼으면 더 심도 있게 허구의 세계를 만들
수 있죠. 그렇다고 회고담 같은 건 아닌데, 우리 영화는 우리가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과거를 다루기 때문이죠. 상상력에
의존한다고 봐야죠.” 조선으로 간 추리극 <그림자 살인>은 정확히 반대다. <그림자 살인>은 추리력에
의존하지 않는 이상한 추리영화다.

영진공 나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