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누구냐? 왜냐?

대통령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도 나를 비롯한 많은 유권자들이 12명이나 되는 수적으로 풍부한 후보들 중에서 누구를, 왜 선택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번째 맞는 대선인데, 이번처럼 누구를 왜 찍어야 하는지 고민되는 선거가 없었다. 오히려 누구를 왜 안 찍어야 하는지는 확실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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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라는 거냐???


영화와 문화를 이야기하고 서로 소통하여 보다 즐거운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 영진공인데, 이런 답답한 상황에 대고 한 마디 안 할 수 없는 터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문화일보에서 11월 28일자로 보도한 대선후보 지지도에 대해 인용하도록 한다.


“‘오늘 투표한다면 누구를 찍겠는가’라는 지지도 질문에 이명박 한나라당(39.6%), 이회창 무소속(21.0%),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17.8%), 문국현 창조한국당(7.1%), 권영길 민주노동당(2.5%), 이인제 민주당(0.7%), 심대평 국민중심당(0.4%) 후보 등이다. 이수성•정근모•허경영•전관•금민 후보 등 군소후보들은 통계상 유의미한 지지율이 잡히지 않았고, 5명을 모두 합해 0.4%에 불과했으며, ‘지지후보없음•무응답’은 10.5%이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71128010301230290021


여러 가지 위장 사실이 드러나고 그보다 더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명박 후보는 여전히 선두에 나서있다. 그리고 이회창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뒤를 따르고 있는 형세이니, 이변이 없는 한 이 세 후보 중 하나가 차기 대통령이 될 듯싶다. 그런데 이 중 이명박과 정동영 후보는 그들의 소속 정당이 표방하는 바나 이미지와는 달리 참으로 어정쩡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참고로 이번에 나온 12명의 후보 중에서 정치지향점과 이념을 확실히 밝히고 있는 후보는 이회창, 권영길, 금민 후보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이회창 후보는 한국 보수우익의 대표임을 자임하며 나섰고 권영길 후보는 진보대통령을 표방하고 있으며 금민 후보는 사회당의 후보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스스로 한국 우익의 본산임을 자랑스러이 내세우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지난번 버시바워 美 대사와의 면담에서 “이번 대선은 친북좌파와 보수우익의 대결”이라는 발언 이후 짐짓 우익이나 보수라는 표현을 삼가며 “중도실용”을 강조하고 있고, 통상 진보로 분류되면서 민주화 세력의 적자 임을 내세우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도 스스로를 진보라 하지 않고 “중도개혁”을 외치고 있다.


*우리만큼 “좌파”, “우파”, “보수”, “진보”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채 편의에 따라 혼용되는 사회도 드문 편인데, 이 글은 그 개념을 정리해 보자는 글이 아니니 좀 거슬리는 분들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한나라당은 줄곧 무능한 좌파정권을 갈아치우자고 주장하고 있고, 대통합민주신당은 부패한 보수우익세력의 재집권만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는데, 왜 그 당의 후보들은 애써 “중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는 것은 현재까지의 대선 경주에서 이명박 후보가 줄곧 선두로 나서고 있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할 것이다.


사실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지지의 이유는 한 마디로 가름된다.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지금 시기 한국 경제가 정말로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상태인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교수, 연구원, 기업인, 금융전문가 등 2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전체의 81%에 달하는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평가했고 ‘나빠졌다’는 의견은 7.5%에 그쳤다”고 하는 반면 (http://economy.hankooki.com/lpage/economy/200711/e2007112618112170060.htm)
, 한나라당 등 보수 세력에서는 한국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여러 언론 매체는 ‘서민’들이 “IMF 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고 느끼더라고 반복해서 전하고 있다.


현상을 너무 단순화하는 위험을 감수한다면, 현재 한국 경제는 지표 상으로는 나름 잘 굴러가고 있으나 그 과실이 통칭 ‘서민’들이라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제대로 나눠지고 있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해법은 양극화 문제와 분배의 왜곡 현상에 대해 시급히 조치하는 것에서 찾아질 것이다. 이 대목에서 “무능한 좌파 정권이 경제를 망쳤다”는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우익의 주장을 수긍한다 하여도, 오히려 작금의 문제는 분배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전통 좌파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전통 우파의 방식은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이 택했던 정책이 대표적인데, 기업에 대한 규제철폐와 노동시장의 유연화 그리고 감세 등의 기업지원을 통해 자본투자의 증가와 경기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장에 돈이 더 돌고 상품이 더 팔리며 고용이 증가한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지금 시기의 우리 유권자들에게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하겠다고, 즉 ‘나는 열심히 기업 활동을 지원할 터이니, 국민 여러분들은 더욱 노력하고 자녀들도 인재로 육성하여 기업가들이 늘려놓은 일자리에서 더 많은 몫을 챙길 수 있도록 하시오’라고 말한다면 과연 먹히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후보가 후자의 방식을 이야기하여도 정작 스스로는 “강한 지도자”가 “강력한 지도력”으로 “서민”들에게 더 많은 몫을 나눠주리라 믿고 있는 형편인데.


그러니 현재 많은 유권자들이 현 상황에 대해 느끼는 분노와 불만은 보수우익이 외치는 “경제를 망친 무능한 좌파 정권” 이라는 주장에 대한 액면 그대로의 공감이 아니라 “무능한 여당”이 “나와 내 이웃”의 삶을 힘들게 했다는 정서로 요약될 수 있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현재 유권자들은 “부패한 보수의 재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는 소위 개혁세력이라는 쪽의 주장에도 좀처럼 동감하지 않고 있다. “나를 비롯한 내 이웃”의 삶이 경제적으로 나아진다면 웬만한(?) 부패는 참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왜 유권자들이 진보대통령을 자임하며 공평한 분배를 외치는 권영길 후보에게 쏠리질 않고 이명박 후보가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냐고 따지고 들 수도 있겠다. 그 이유를 현재의 지지율이 나타내는 모습에서 유추하자면, 우리 유권자들이 지금 원하는 것은 공평한 분배라는 거대한 과제에 앞서 우선 “나와 내 가족”부터 더 윤택해지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대선의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이명박 후보는 기존 보수세력이 만족하고 인정할만한 오른쪽 정책이나 소신을 시원스럽게 내놓지 않고 정동영 후보는 집권 여당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거부하면서도 그 쪽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어정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이회창 후보가 “이명박은 우익의 대표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출마를 하였고, 소위 범여권도 각자의 길로 나선 것이다.


자, 이런 시금털털한 상황에 나를 비롯한 많은 유권자들의 고민이 놓여진다. 우리 사회의 두 주요 정치세력의 후보를 바라보면서, 개혁과 진보 성향의 유권자는 혹시 저 후보가 ‘한나라당’스러워지지 않을까 고민할 터이고 보수 우익 성향의 유권자는 저 후보가 ‘열린 우리당’ 비슷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지지율이 상위에 있는 한 후보는 아예 무소속이고 말이다.


“누구”인지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왜 지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유권자들은 “왜?”를 생략한 채 그저 “누구”나 그 “누구”의 이미지를 선택해야 하는 요샛말로 ‘대략 난감’한 상황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선택은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선택이 난감하드라도 기왕이면 잘 해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남은 기간이 짧긴 하지만 홧김에 욱하지 말고 차분히 살펴서 선택하길 부탁 드리는 바이다. 아무리 살펴봐도 후보들이 “왜 지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원하는 답을 작성하여 거기에 가장 근접하는 후보를 골라내는 것도 한 방법일 테고.


잘 뽑자. 그저 ‘감’이나 ‘이미지’로 결정하지 말고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이웃’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누구”를 고르도록 하자.


2007. 11. 30.

 


영진공 편집인 이규훈

“노무현 대통령 … 삼개월 남았다.”

대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이 9월 22일이니 석달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해 있을거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건 이명박 대통령을 학수고대해서 그런 건 물론 아니다.
지겹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아니라 노무현을 욕하는 세력들이.
대통령이 뭐 그렇게 자기 삶에 훼방이 되는지 5년간 난 한결같이 대통령 욕을 들어야 했다.

오늘 만난 사람들은 의사 둘에 병원 간부 하나.
5년간 줄기차게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그들은 어김없이 노사용자 삽입 이미지무현 욕을 했다.
거기엔 물론 내 원죄도 있다.
잠시나마 노사모를 했던 전력이.
노무현이 당선되자마자 탈퇴를 했건만 그 전력은 전과가 되어 날 따라다닌다.
모임 때마다 누군가가 말한다.
“쟤 노사모래!”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나고, 궁금해 죽겠는 사람이 내게 묻는다.
“너 정말이야? 너 그런 애였어?”
그게 아니라고, 한때 그랬지만 대선 후 바로 탈퇴했다고 아무리 말을 해봤자 별반 소용이 없다.
다음 모임 때 그들은 노무현을 욕하며 “너 노사모잖아?”라고 날 비웃으니까 말이다.
그런 게 참 짜증난다.
웬만큼 좀 하지, 어떻게 5년동안 내내 노무현을 욕할 수가 있을까?

물어봤다.
“노무현이 제일 잘못한 일은 뭐죠?”
누군가의 답이다.
“경제를 말아먹었잖아.”
다시 물었다.
“그럼…김영삼보다 노무현이 더 나쁜 대통령인가요?”
그렇단다.
외환위기를 만든 김영삼보다 노무현이 나쁜 이유는
“김영삼은 밥솥의 밥을 몽땅 잃어버렸지만 노무현은 그 솥까지 털어먹었다”는 거다.
경제지표는 좋지 않냐고 하면 “실물경기는 지금 밑바닥이잖아”라고 대답하는 그들을 대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말은 정말 바로하자.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십년도 안된 외환위기 시절을 잊지는 말자는 거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많은 사람이 해고되었으며 노숙자가 생긴 것도 그 무렵이 아니던가.
우리 경제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그시절, 우리 정말 얼마나 어려웠던가.
노무현이 솥을 털어먹었다고?
다른 데서는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그 선배가 어째서 노무현만 나오면 이성을 잃을까.

난 지금 노무현을 찬양하는 건 아니다.
실망을 많이 안겨줬지만 그는 내게 그저그런 대통령으로 남아 있을 뿐 최악은 아니다.
최소한의 형평성은 갖자는 말이다.
군부독재 대통령을 겪어냈던 사람들이, 그리고 외환위기를 만든 김영삼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어찌하여 노무현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말 노무현이 그렇게 최악이면 기대를 접을 만도 한데 왜 5년간이나 줄기차게 욕을 할까?

다시금 그 선배에게 물었다.
“저는 정치보다 주위 사람들이 제 삶에 훨씬 더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선배는 노무현 때문에 어떤 피해를 봤는지요?”
“저번에 개포동에 아파트를 하나 샀는데, 노무현이 부동산을 꽉 잡는 바람에 집이 안팔리잖아.”
아파트 값이 꽤 올라 팔고 싶은데 노무현 땜시 안팔린다는 걸 이유로 드는 그 선배,
학생 때만 해도 그 선배는 최소한 정의에 대한 신념이 있었고
군부독재 정권을 미워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 시절 전두환을 미워했던 것보다 더 많이 노무현을 미워한다.

“노무현이 되서는 안됐던 게 다른 건 몰라도 그가 자수성가했다는 사실 때문이야.
자기 힘으로 뭔가를 이룬 사람은 원래 부자인 사람을 싫어해.”
그에게 물었다.
“저기요…이명박은 거의 자수성가의 신화 아닌가요?”
선배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런다.
“그거야…그렇지.”

여기다 이렇게 적으니 내가 시종일관 그네들의 주장에 반대한 걸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난 웬만하면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고자 노력을 했다.
침묵 아니면 화제 돌리기, 이건 노무현이 되고난 뒤부터 생긴 내 습관이다.

미움에는 어떤 이유가 있지만, 싫어하는 데는 그 어떤 합리적 이유도 없다.
싫어하기 때문에 이유를 만드는 거지, 이유가 있어서 싫어하는 건 아니란 말이다.
지금 가진 자들이 노무현을 욕하는 건 그가 그냥 싫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사람은 뭘 해도 밉게 보이기 마련,
상고 나온 것도 보톡스도 서민적인 말투도 다 그냥 싫게 보인다.
욕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그 선배는
“서민들이 잘사는 게 좋은 나라인데 노무현이 경제를 망쳐 없는 이들이 못산다”고 했다가
어느 대목에선 “노무현 때문에 세금이 너무 많아져 짜증난다”고 한다.
없는 이들을 지원하는 걸 세금에서 충당하지 않으면 어떻게 한담? 50%를 세금으로 내는 스웨덴같은 나라와는 비교할 수준도 아니고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세 부담률은 별반 높지 않다.
게다가 세금을 걷기 전과 걷기 후의 지니계수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커지는 건
우리나라 세금이 철저히 누진세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진대
그네들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는다.
모든 안되는 건 다 대통령 때문,
신정아 파문의 배후도 사실은 대통령이고
이형택이 유에스오픈 16강전에서 진 것도 대통령 때문,
네이버에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한 건 있는 자들의 행태를 비꼰 것일진대
그네들은 여전히 모든 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며 거품을 물고 있다.
그분들에게 말씀드린다.
정말 축하드린다.
이제 삼개월 남았다.


영진공 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