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놀이 – [PIFF]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4)




해운대 백사장은 언제나 밤에 거닐게 됩니다. 낮에는 볕이 따갑거니와 그 더위에 못 이겨 어서 빨리 바다로 뛰어들고 싶게 만들거든요.


행사 시작은 8시 30분부터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8시 30분이 되어도 시작은 커녕 행사가 왜 늦어지고 있는지 방송조차도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백사장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렇게 밀집되어 저마다 가까이서 보기위해 자리를 잡은 터라 앉기도 어려웠지요.


저는 아예 레드카펫의 시작점부터 자리를 잡았습니다. 카펫의 3분의 2지점에 기자들의 Photo-Zone이 마련되어 있었고 거기는 이미 사람들로 ‘山’을 이루고 있던 터에다가 레드카펫 끄트머리에는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전경 몇 개 소대 정도가 아예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도록’ 막아놓고 있었습니다. 프레스 뱃지를 보여줘도 통행이 안 되더군요.

뭐 우리는 홍길동과 일지매의 후손.

가볍게 담 넘기.


행사 진행요원이었는지 그냥 구경꾼인지 모르겠지만 백사장에 세그웨이를 타고 나타났더군요. 아마 행사 진행요원이 백사장을 하루 종일 걸어다니면 피곤할까봐 주어진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은 해봅니다만 – 만약에 그 정도라면 PIFF도 개념있음? – 어쨌거나 세그웨이를 실물로 본 건 처음입니다.

더군다나 백사장에서 저렇게 잘 굴러 가다니!!

9시가 조금 넘어서야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안성기 아저씨가 역시 제일 먼저 나오더군요. 사실 유인촌이 먼저 나오면 ‘미친 xx’하고 욕을 해주려 했는데 다행이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영원한 ‘이쁜 언니’ 강수연. 물론 꼬장꼬장하게 생기신 PIFF 김동호 위원장께서도 미소를…


눈에 거슬리는 놈도 하나 나타났는데 촛불시위 때 ‘채증’하던 그 놈입니다. 꼴에 사진기 들고 설쳐야 하는 보직을 맡았으니 오늘은 ‘배우’ 채증하러 왔나봅니다. 더군다나 일반 시민은 ‘우러러’ 보게 만든 레드카펫 단 위에 떠억하니 올라가서 대놓고 찍더군요. 훗. 그러나 사진기 성능이 안 받쳐줬던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능. 물론 더 좋은 자리를 찾으러 갔는지도 모르지만.


아 제 사진기도 엄청 나쁘지요. 배우 사진 80%를 결국 날려 먹고 말았다능. 그래서 우리 이쁜 예지원 배우가 흐릿하게 ㅠㅠ


유준상 배우도 보이고 – 사실 그 옆에 김혜나라는 사람은 제가 잘 몰랐다능 ㅡ.ㅡ 미안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 아니면 이름을 잘 몰라연 ㅡ.ㅡ


3일에 있던 레드카펫에서는 임형준 배우와 김지수 배우가 함께 걸었어요. 5일에는 김주혁 배우와 함께 걸었다던데 이미 그 때 저는 올라왔다능.


식객의 김강우 배우와 김소연 배우도 나란히 등장. 김강우는 참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한국 배우들은 바삐 걸어가기 바빴어요. 물론 그네들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언론에 나가는 Photo-Zone이었지만 꽤 많은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손 한 번 안 흔들어주고 가는 배우가 허다했지요. 물론 이건 인격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어떤 남자 배우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레드카펫에 딱 올라서면서 그 많은 인파에 놀라 ‘어떡해!?!’를 내지르면서 부끄러워하더군요. 어허 배우가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야 ㅋㅋ

더군다나 오광록 배우 – 개인적으로 오광록 아찌라고 부르고픈 ㅋㅋ – 는 그 특유의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어찌나 빨리 휙휙 걸어 가시던지. 아 물론 좌우로 둘러보면서 그 특유의 웃음을 비춰줌으로 인해 관객들이 무척이나 유쾌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이기선 배우 – 제임스 키선 리, 혹은 제임스 카이슨 리 – 와 문 블러드굿 배우는 레드카펫 처음부터 아예 열 걸음마다 한 번씩 좌우로 허리 굽혀 절을 하던 모습에 ‘우왕국’을 연발할 정도였어요.

레 드카펫 놀이가 재밌는 이유는 순전히 관객들 덕분입니다. 저 멀리 배우들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입구쪽에 환호성이 들려오면 이번에 등장할 배우가 어느 정도 인기인인지 나타납니다. 다니엘 헤니가 등장할 때는 해운대가 떠나가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카펫’에 올라가면 누구나 ‘스타’가 된다는 겁니다. 레드카펫 초반부터 Photo-Zone까지 가는 동안 꽤 많은 배우들의 ‘코디네이터’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들이 뒤를 따라갑니다. 그러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이미 스타가 지나간 후에 등장하는 스탭들이 나타납니다.

이 스탭들을 위해서도 관객들은 아낌없이 환호를 보냅니다. 무식한가요? 무지하다고 비판할 건가요? 말도 안 돼죠. 보안 요원이 급히 뛰어가는 것도 우리 관객들에겐 환호하고 즐거워할 광경입니다. 그 곳은 ‘레드카펫’이니까요.

물 론 문제도 있었지요. 너무 띄엄띄엄 배우들이 입장하게 되니까 관객들은 지루해하면서 허리를 두드려가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더군다나 레드카펫 등장 인물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는 관객이 대부분인데 아무런 설명도 없으니까 외국 배우들이 등장하면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레드카펫 단상 아래에 LED 전광판을 설치해서 현재 지나가는 배우의 이름과 국적, 주요 작품 내역 정도가 텍스트로 출력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뭐 어쨌거나 재미난 ‘관객’들이었습니다. 어떤 여배우가 나오자마자 부산 사투리로 ‘우와!!…. 에이 성형 안 했다다두만 했네!’라고 ‘배우 민망하게’ 외치는 관객부터, 등장 인물들의 배역을 마구 불러주는 관객까지.


별로 ‘우리나라 레드카펫 문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확실히 축제 분위기의 관객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행사인 것 만은 사실입니다.

그렇게 PIFF의 밤이 저물어 가는 거죠.

영진공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