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바”, 해사한 지중해에 어리는 슬픔의 그림자

영화 <제노바>
어린 딸 메리가 자초한 사고로 시작한다. 엄마, 언니와 함께 어딘가로 향하던 메리는 지루함을 달래려는 듯 두 눈을 가리고 옆
차선을 달리는 자동차 색을 맞추는 놀이를 한다. 이상할만큼 자신보다 잘하는 언니 켈리를 시샘하다가 메리는 장난삼아 운전 중인
엄마의 눈을 가린다. “엄마도 해봐, 엄마도 해봐” … 그리고 일어난 끔찍한 사고. 엄마는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난다.

일상에 남겨진 세 식구는 좀처럼 아물지 않는 상처를 달래기 위해 애쓰지만, 보일 듯 보이지 않게 두 아이의 자매애는
허약해가고, 그럴수록 동생 메리는 자책감으로 악몽과 환영에 시달린다. 한 순간 아내의 빈 모든 자리를 채워야 하는 아빠 조는 두
딸과 함께 ‘아내 생각을 덜 할 수 있는’ 제노바로 떠나기로 한다.

제노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도착한 세 가족은 좁지만 아늑한 새 터전에 짐을 풀고 오붓이 저녁을 한다. 모든 게 평범한 듯 보이는 제노바에서의 차분한 첫 날밤은 계속되는 메리의 악몽과 울부짖음으로 산산이 조각나고 만다.

영화는 화면 안에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이국의 신비한 구시가지를 놀랍도록 가득 채우는 동시에 빠른 편집과 카메라의
흔들림으로 등장 인물들의 불안함을 전한다. 희한하게도 이 두 장치가 대치될수록 두 눈은 헐렁할 틈 없이 스크린에 압정 박히 듯
고정된다.

감독 마이클 윈터버텀은 마치 사실처럼 연기하는 뛰어난 배우들을 데리고 엄마의 부재가 뒤덮은 가족의 슬픔을, 어린 딸들의
아픔을, 아빠의 고단함을 도시 ‘제노바’ 를 통해 정갈하게  풀어놓는다. 거기에 영화의 공간과 잘어울리는 배경음악은 자칫 어둡고
뿌옇게 될 수 있는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뻔히 허구인 줄 알면서도 메리와 켈리를 진심으로 어루만지며 보게 되는게 바로 영화
<제노바>의 힘이다. 좋은 소설을 읽은 느낌의 우리영화 <파주> 와 <여행자> 만큼이나 문학적인
느낌도 준다.

마이클 위터버텀이 자신의 전작 <쥬드>(1996) 에서처럼 결국 메리를 허망하게 떠나 보내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 하며 영화에 집중했었다. 그리고 희미하게라도 희망을 읽을 수있어 다행이었다.  물론 내용상의 허점이 존재하더라도 깊이 아끼는 감독 마이클
윈터버텀의 <제노바>는 나에게 발꼬락이 시려오는 가을의 맨 끝을 따뜻하게 덥혀 주었다. 한번 더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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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언급했듯 <제노바>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콜린 퍼스는 거대한 유명세에 비해 훨씬 담백하고 정적인 (아버지라기 보단) ‘아빠’를 연기했다. 두
딸 메리(펄라 하니-자딘)와 켈리(윌라 홀랜드)는 도대체 믿기지 않을 만큼의 호연을 펼쳤다. 특히 큰딸 메리가 풀 숏 안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순간은 감독이 개구지게 엔지컷을 넣은 건 아닐까 의심스러울만큼 자연스럽고, 영리하다.

영진공 애플

“가십 걸”, 여왕의 병원 행차

<가십 걸> 주인공들의 또다른 가십- 두번째 이야기   
여왕의 병원 행차


 

* 이 글은 <가십 걸> 실제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 이 글에서 묘사된 산부인과 병원 및 처방에 관한 내용은, 드라마의 배경인 미국의 상황이 아닌한국의 상황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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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가십 걸이야. 오늘도 어퍼 이스트 사이더들의 소식을 전하러 왔어.
한 순간도 조용할 틈이 없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 오늘은 블레어가 울상이군. 어디가 아픈 모양인데? ……가만, 그렇다면 왜 병원에 가지 않는 거지? 여왕님의 체면을 구기는 병이라도 되는 걸까?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지? 무슨 일인지는 내가 알려 줄게. 따라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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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블레어의 방. 블레어가 침대 위에 누워 있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블레어. 뭔가에 잔뜩 짜증나 있는 표정이다. 이윽고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문자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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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과 함께 웃으며 거리를 걷고 있던 세레나. 블레어의 문자를 받고 전화를 건다.)

블레어:  세레나! 우리집에 좀 와 줘!
세레나: (댄의 눈치를 보며) 블레어… 지금은 좀 곤란해.
블레어: (버럭)   왜? 어딘데? 누구랑 있는데?!!
세레나: (머뭇거리다가) 댄이랑 식사를 하기로 했어.
블레어: 뭐? 댄? ……지금 그 촌뜨기랑 한 약속 때문에 나한테 못 온다는 거야?
세레나: 댄이 과제를 도와줘서 내가 밥을 사려는 거야. 벌써 일주일 전에 한 약속인걸.
블레어:   일주일이 중요한 게 아냐! 일년 전에 한 약속이었대도 그 촌뜨기랑 한 약속보단 내가 더 중요해야 해! 나한테 너무한 거 아냐?
세레나: 블레어, 말이 너무 심한 것 같……. (말을 하다 말고 핸드폰을 접는 세레나. 블레어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댄: (어깨를 으쓱하며)가 봐도 돼.
세레나: 아냐 괜찮아.
댄: 나도 괜찮아. 블레어가 그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급한 일인가 본데.
세레나: ……다 들렸어?
댄: 어.
세레나: 오, 댄, 미안. 우린 내일 저녁에 만나자. 내가 진짜 맛있는 걸 쏠게.
댄: 블레어한테 내일은 급한 일이 안 생길 예정인지 미리 물어봐 줘.
세레나: (웃음) 그래. 안녕!  
(총총 걸음으로 사라지는 세레나.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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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의 집. 아빠와 제니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다. 댄이 들어서자 의아해하는 제니.)
제니:  오빠, 오늘 세레나 언니랑 밥 먹기로 하지 않았어?
댄: 그랬지.
아빠: 데이트 약속에서 차인 거냐?
댄: 차이다니. 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제니: 무슨 급한 일?
댄: 블레어가 세레나한테 전화를 하더니 블라블라블라, 잔뜩 짜증을 내면서 당장 오라고 하더라고.
제니: 블레어 언니가? 오늘 학교에서도 표정이 안 좋던데?
댄: 걘 늘 표정이 안 좋지 않나? 누구 괴롭힐 계획 세울 때만 빼고.
제니: (웃음)  아냐. 오늘은 말도 별로 없고 뭔가 잔뜩 고민하는 것 같았거든. 정신도 없어 보였어. 오늘은 언니네 무리가 스카프를 매고 오는 날인데, 그걸 까먹고 그냥 등교한 애가 있었거든? 그런데도 못 본 척 넘어가더라니깐?
아빠: 스카프를 매는 날?? 그냥 넘어갔다?? 너희 그러고 노니?
댄: 그런 애들이 있어.
제니: 블레어 언니가 왜 그러는지 궁금하네?
댄: 여왕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있었나 보지.
(아빠, 아이들의 대화를 도무지 이해 못하고 어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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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의 방.)
세레나: (달려온 듯 숨이 차서 방에 들어오며)  블레어.
블레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세레나! 못 온다며!
세레나: 댄이 약속을 깨는 걸 이해해 줘서 왔어.
블레어: 그래?  촌뜨기지만 예의는 제법 있는데?  
세레나: (한숨) 그래, 무슨 일이야?
블레어: 세레나……. (울상)
세레나: 왜 그래, 블레어. 무슨 일이야?
블레어:  내가 좀… 이상한 것 같아. 아니, 이상해.
세레나: 이상해? 뭐가?
블레어: (속삭이듯) 나, 사실 오랫동안 생리를 안 하고 있어.
세레나: (깜짝) 뭐? 언제부터?

블레어: (한숨) 세 달쯤 쉬고 있어.
세레나: 블레어, 너…….
블레어: 혹시 임신을 떠올린 거라면, 절대 아니야. 그럴 일은 없었어.
세레나: …….
블레어: 정말이야!
세레나: 그럼 다행이지만. 가만… 그렇다면 생리가 왜 멈춘 거지?
블레어: 그러게! 나도 너무 불안해!!   그 동안은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해왔거든.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왜 이러는 건지 너무 걱정돼! 세레나, 넌 이런 적 없어?
세레나: 없어. 대체로 주기를 맞춰 하거든. 정말 걱정이네. 병원에선 뭐래?
블레어: 안 가봤어.
세레나: 안 가봤어? 그렇게 걱정이 되면 가 봐야지!
블레어: 못 가겠어! 절대로 안 갈 거야!!
세레나: 왜?
블레어: 세레나, 이런 문제라면 산부인과에 가야 하잖아. (고개를 저으며) 절대로 안 돼. 못 가.
세레나: 산부인과라서?
블레어: 그래.  (단호하게) 여왕은 그런 곳에 가지 않아. 갔다가 누구 눈에 발각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어?
세레나: 블레어, 산부인과는 괴상한 곳이 아니야.
블레어: 여왕이 가기엔 괴상한 곳이야.
세레나: 그렇지 않아. 위가 아프면 내과에 가고, 눈이 아프면 안과에 가듯 산부인과도 마찬가지야. 여성 건강에 관련해서 가는 곳이 산부인과일 뿐인걸.
블레어: 세레나, 가본 적도 없으면서 그렇게 쉽게 말하다니. 네 일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냐?
세레나: 난 이미 가 봤어.
블레어: 정말? 왜 갔는데? 그리고 그걸 내가 왜 모르고 있는 거야?
세레나: 말할 기회를 놓쳤어. 네가 나한테 화가 많이 나서 우리 사이가 안 좋은 때였거든.
블레어:  작년에 요트에서 다투다가 함께 물에 빠진 때를 말하는 거야? 아니면 6개월 전 파티에서 네가 날 망신 줬을 때? (찌푸리며) 두 달 전 브런치 모임에서 서로의 비밀을 폭로했을 때였나?
세레나:  블레어… 3주 전이야.  
블레어: 아하, 이제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너, 그때도 댄인지 뭔지랑 놀러 간다고 내 전화를 받고도…
세레나: 우리 그냥 병원 얘길 하자;; 난 PMDD(월경전불쾌장애) 때문에 간 거야.
블레어: PMDD? 어디에서 들어봤는데? 아! 제니한테 있다던 그거?
세레나: 맞아. 실은, 제니 이야기를 듣고 간 거야.
블레어: 그게 그렇게 흔한 증상이야?
세레나:  흔하다곤 할 수 없어도 PMS와 PMDD를 겪는 여성들은 많은 편이지. 대략 5명 중 1명이 PMS로 고통 받고, 그 중에서 4%는 PMDD 증세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 나랑 제니는 그 중 일부였던 거지.
블레어: 그래서? 치료는 받았어?
세레나: 나도 일단 제니처럼 먹는 피임약을 처방 받고 복용중이야. 경과를 지켜보고, 병원에 다시 가서 이 처방이 나에게 잘 맞는 건지 체크도 계속 할 거야.
블레어: 혼자 간 거야?
세레나: 응.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어.
블레어: 그래도 꺼려져. 어쨌든 거긴 ‘산부인과’ 잖아. 다녀오는 걸 아는 사람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세레나:  블레어, 좀전에도 얘기했지만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는 건 괴상하거나 특이한 일이 아냐. 자연스러운 일이라구. ‘산부인과’ 하면 어쩐지 임신한 여성만 가야 하는 곳인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미혼여성이 드나드는 걸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게 안타까워. 사실 산과와 부인과는 진료 과목이 다른 건데, 명칭이 통합되어 있다는 이유로 그런 오해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구. 아, 맞아! 난 병원에서 바네사도 만났는걸. 걔도 아무렇지 않아 하던데?
블레어: 바네사? 걔는 왜?
세레나: 질염 때문에 왔대.
블레어:   염증? 거기에? 으……
세레나: 질염은 괴상한 병이 아니야.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찾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래.
블레어: 그거 성병 아니야?
세레나: 성병도 질염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다른 원인도 많거든. 질 안쪽에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균의 균형이 깨져서 발생하기도 하고. 바네사 같은 경우엔 오랫동안 잘못된 방법으로 씻어서 발병한 거였대.
블레어: 씻는 방법이 따로 있어?
세레나:  아, 알려줄게. 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단 질 주위를 매일 씻어야 해. 저자극성 비누나 전용 세정제를 사용하고, 충분히 헹군 후에 깨끗이 닦아서 말려야 돼. 그리고 깨끗이 씻는다고 질 안쪽까지 씻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질의 산, 염기 균형을 깨뜨릴 수 있어서 오히려 좋지 않아. 바깥만 씻으면 되는 거지. 그리고 이왕이면 면이나, 면으로 코팅된 팬티를 입어. 꽉 끼는 팬티나 팬티 스타킹도 질 건강엔 좋지 않고.
블레어: 뭐? 나더러 헐렁한 스타킹을 신으라는 거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세레나: (웃음) 스타일을 포기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집에 있을 땐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으라구.
블레어: (못마땅한 듯) 염두에 둘게.
세레나: 아무튼 바네사도 그렇게 얘기하더라고. 솔직히 처음에 검사하느라 진료 의자에 앉았을 땐 무지 어색했대. 아무리 의사라지만 누군가 자기 몸을 들여다 보는 게 많이 민망했다고.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나. 그리고 다른 이유가 아니라, 자기 건강을 위한 거잖아? 진료 시간이 어색할 거란 걱정에, 몸에 이상이 생겼는데도 계속 두고만 볼 거야?
블레어:  그런 걸까?
세레나: 그럼. 일단 네 경우엔 오랫동안 생리를 하지 않고 있잖아. 생리주기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다른 복용약의 영향을 받거나, 때론 체중 변화 같은 사소한 일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대. 가벼운 이유라면 물론 다행이지만, 때로는 갑상선이나 부신 같은 다른 내분비기관의 질병과 관련된 경우도 있으니까 확인해 보는 게 좋아. 그리고 이렇게 오랜 시간 호르몬이 불균형한 상태가 지속되면, 자궁 내막 역시 좋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대. 생리불순이 그렇게 가볍게만 볼 질환은 아닌 거지.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내일은 병원에 꼭 가자. 같이 가줄게.
블레어: …….
세레나:  산부인과에 진료 받으러 가는 걸 껄끄럽게 여기지 마. 우리는 남자에겐 없는 기관들을 갖고 있을 뿐인걸! 자궁과 난소, 질 건강은 중요한 거야. 성인 여성인 경우 적어도 일년에 한 번은 병원에 들러 정기검진을 받는 걸 권장하고 있고, 성경험이 있는 경우엔 더 그렇지. 더욱이 지금 너처럼 생리불순이라는 확실한 이상이 있는 경우엔 말할 것도 없어! 내일 당장 나랑 같이 가자.
블레어: 어디로 가야 하지?
세레나: 내가 갔던 병원은 어때? 거긴 제니 소개로 간 곳이지만, 혹시 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곳을 찾아 보자. 요즘엔 우리 같은 젊은 여자들을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 쓴 곳들도 많아. 잡지를 보니까 꼭 까페처럼 꾸민 곳도 있더라. 그런 곳은 덜 어색할 수도 있겠지.
블레어: 세레나, 고마워.  (밝은 표정으로) 내일 병원 갔다 와서 맛있는 걸 먹자. 아! 마침 근사한 식당을 알게 됐어. 진짜 완벽한 요리를 내어놓는 곳이야.
세레나: 저기…….  내일 저녁은 안돼. 댄을 만나야 하거든.
블레어: (버럭) 걔랑은 오늘 약속했다며!!
세레나:  …오늘은 널 보러 오느라 취소했잖아……
블레어: (인심 쓰듯) 좋아. 댄이랑 너랑 나랑 셋이서 만나. 내일은 특별히 봐줄게.
세레나: (피식) 그래.

(블레어, 안심했다는 듯 침대에 편히 눕는다. 세레나와 손을 잡고 웃는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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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에게 그런 일이 있었군.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단지 산부인과란 이유로 방문을 꺼리는 건 현명하지 않은 것 같아. 나도 여왕님에게 격려를 보낼게. 내일은 꼭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 보도록 해. 혹시 어느 병원에 갈 건지 미리 알려줄 수 있어? 여왕이 행차하는 날이니, 병원 앞에 레드 카펫을 깔아 놓으라고 전화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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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다가 세레나의 문자를 받는 댄. 미간을 찌푸린다.)
제니: 왜 그래, 오빠?
아빠: 또 데이트 약속에서 차였니?
댄: 그건 아닌데, (긁적긁적) 두 여자가 나올 거라네.
제니, 아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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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얘기는 이걸로 끝이야. 조만간 또 만나자구. 어차피 금세 또 다른 뉴스가 생길테니까,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될 거야.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고? 그것만은 비밀로 해 둘게. 어쨌든, 모두들 날 좋아하잖아? ^^  

-XOXO, Gossip girl.

영진공 도대체

“죽기직전 그들 (Just Before They Died)”, 고백의 힘을 믿기에 …

캄캄한 밤.
흉측한 모습으로 뒤집어진 자동차 내에 두 남녀가 보인다.
안전벨트에 간신히 의지한 여자는 거꾸로 매달려 있고
제대로 앉아있는 남자는 예리한 어떤 것에 가슴팍이 찔렸다.

큰 소리로 살려달라 외치면
여자의 얼굴은 터져버릴 듯 피가 쏠리고
남자의 가슴팍에선 꾸덕꾸덕한 피가 콸콸 쏟아진다.

살고 죽는 경계에 선 둘.

 


여자: 너 나 좋아한다며.
남자: 누가 그래?
여자: 수정이가.
남자: 아닌데.
여자: 아니야? 그럼말고…
여자: 나중에…사람들이 왜 너랑나랑 같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겠다
…..
……

여자: 내가 너 좋아해.

죽기직전… 뜻밖의 고백.

순간, 남자는 있는 힘을 다해 두 다리로
자동차 문을 쾅, 내리 찬다.
커다란 쇠덩어리가 거짓말처럼 떨어져 나가고
남자는 여자를 꺼내 들쳐 업고 걷는다.
이게 바로 김영관 감독이 연출의도에 밝힌
힘 나는 순간!.

<죽기직전 그들> 은
처참함과 유머러스함을 뒤범벅한
감독의 재기가 빛나는 단편영화다.
미장센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에
상영, 관객과도 만났다.

영화이기에 현실보다 희화된 면이 없지 않지만
이게 바로 단편영화의 묘미가 아닐까.

고백의 힘! 힘나는 순간! 을 부정하기 않기에.
별 네개.

영진공 애플

이북(e-book) 리더기의 미래는 과연 밝기만 한 것일까?

이북(e-book).
물 건너 바다 건너 아마존에서 대박 친 이후로 왕창 떴다. 그리고 요즘 IT 제조업 분야에선 이북 리더기가
최대의 화두다.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인터파크 같은 대형 서점에서도 이북 리더기를 만들겠다고 두 팔 걷어부치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이 바닥의 사람들조차 정말 궁금해 하는 건 이거다. 정말 이북 리더기에 밝은 미래가 약속된 걸까?
분명히 이북 전용 리더기에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 킨들의 서비스를 보면,
1) 수백 권의 서적을 단 하나의 단말기로 통합시킬 수
있고
,
2)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미국 어디서나 즉시 이북을 구입할 수도 있다.
얼핏 보기엔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미 아이폰용 킨들 앱도 내놓은 상태다. 요컨대 현재 시점에서조차 꼭 킨들 하드웨어를 구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킨들 하드웨어의 판매 대수도 MP3나 휴대폰 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아마존이 킨들을 팔아서 올리는 수익이 스티븐 킹 인세
수익보다 적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주 허튼 소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아마존은 유통업체이니만큼 킨들 하드웨어로 수익을 올리지
못해도 일반 서적이나 온라인 서적 판매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하드웨어 업체엔 불가능한 얘기다.
이북 리더기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살아남으려면 특징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걸 꼭 사야만 할 이유가. 그래서 그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게 바로 전자종이다.오늘날, 아마존 킨들을 비롯한 많은 이북 리더기는 디스플레이 패널로 e-ink의 전자 종이를 탑재하고 있다. e-ink는 크기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종이와 흡사한 느낌 때문에 이북에 적합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전력 소모량이 적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는 거다.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일단 전자종이는,
1) 컬러도 안 되고
2) 동영상도 안 돌아가고
3) 화면을 갱신하려면 2초 가까이 걸리는 데다가
4) 백라이트도
없어서 어두운 곳에선 보이지도 않는다.

당연히 전자종이를 탑재한 이북 리더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이 거지 발싸개 같은 건 대체 뭐에 쓰는 거야?”
그리고, 이 거지 발싸개 같은 게 대략 30만원 정도 한다는 얘길 들려주면,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수준을 넘어서 냉소적인 수준으로 가버린다.
“이런 걸 돈 주고 사라고? 너 미쳤냐?”
평범한 소비자들에게는 기술적인 장점을 입이 닳도록 설명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30만원대를 넘는 이북 리더기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해야 흑백으로 된 책을 읽는 게 전부라는 걸 말하는 순간, 이미 장사는 볼장 다 본 셈이다.

그 돈 주고 이북 리더기를 살
바에야 1)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거나 2) 도서대여점에 가거나 3) 아니면 넷북을 한 대 사서 거기서 디지털 북을 보는 편이
낫다.
특히 요즘처럼 컴퓨터 하드웨어 가격이 떨어진 때라면 3)번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넷북 배터리도 어쨌든 2시간 정도는
버티는 데다가, 요즘은 왠만한 카페에서도 노트북 충전용 콘센트를 비치해 놓고 있으니까.

이북 리더기의 가격이 떨어지려면 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자종이 부품의 가격이 떨어져야만 한다. 그런데 현재 e-ink 패널을 제조하는 업체는 e-ink 본사를 인수해 원천기술을 확보한 대만 PVI와 한국의 LG
디스플레이 둘뿐이다. 그나마 LG 조차 대만 PVI에서 핵심 모듈을 받아다가 조립하고 있을 뿐, 사실상 시장은 PVI가
독점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돌 빠따, PVI는 지금의 이북 리더기 열풍을 타고 한 몫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경쟁?
기술 개발? 가격 인하? 그런 거 다 뒷전이다. 어떻게든 한푼이라도 더 긁어가려고 혈안이 됐다. 그래도 뭐가 어쨌든 기술은 발전하고 부품 단가는 떨어질 게 분명하다. 언젠가는 전자종이에서 1) 컬러도 되고 2) 동영상을 보여줄 정도로 화면 갱신 속도도 빨라지고 3) 백라이트 같은 것도 들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 그렇게 되면 – 전력 소모도 비약적으로 늘어날 거다. 반면에 LCD는 AMOLED 등이 발전하면서 전력 소모량이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다.그리고 그 시점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대체 왜 전자종이를 써야 하는 거지? 그 다음에 이어질 질문은 뻔하다. 이북 전용 리더기가 정말 필요한 걸까?
글쎄, 정말 모르겠다. 나도 알고 싶다.
불행히도 애서가를 자처하는 나조차도 이북 리더기 구입은 주저하는 편이다. 젠장, 기술적인 한계는 나도 이 바닥 사람이라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잖아?

하지만 한창 루머가 무성한 애플제 타블렛엔 주저하지 않고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그건 이북도 볼 수 있고, 컬러 동영상도 씽씽 돌릴 수 있을 테니까. 그래, 누가 뭐래도 역시 –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니까!
영진공 DJ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