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 광속으로 달리는 뜨거운 사나이들의 이야기

<나스>는 자전거 로드 레이스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스포츠 이야기가 그렇듯 자전거 레이스 선수들의 꿈, 열정, 팀웍 등의 이야기가 다뤄지긴 하지만 짜내기식 유치한 감동이나 과장된 모습이 아닌 선수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기위해 노력한 작품입니다.
 






 
1편 ‘안달루시아의 여름’은 3대 스테이지 레이스
(
Tour De France, Giro De Italia, Verda et Espana) 
중 하나인 ‘Verda et Espana’를 배경으로 주인공 페페를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자전거 로드 레이스라는 스포츠는 우리에게 생소하기도 생소하거니와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 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자전거라는 그리기 까다로운 괴물같은 놈 위에 타고 있으니 멋진 원작이 있었음에도 누구도 선뜻 애니메이션화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작화와 원화를 담당하며 내공을 쌓고 있던 코사카 키타로는 ‘나스’의 애니메이션화에 뛰어들게 됩니다.


코사카 키타로 감독은 2008년 개봉 예정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언덕 위의 포뇨’의 작화감독으로도 참여했다.
그의 실력으로 보아 앞으로 지브리 스튜디오를 이끌
인물로 보여진다.


본인도 정기적으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는 자전거 광으로 입상 경험까지 있을 정도로 자전거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그가 이 작품을 그냥 넘겼을 리 만무했을 겁니다. 그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는 ‘나스’의 제작이 힘들다고 하자 매드 하우스(야와라, 마스터 키튼을 비롯 최근 작으로 파프리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을 제작한 회사입니다.)와 함께 작품을 완성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스-안달루시아의 여름’은 일본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출품되고 OVA 정도로만 발매 될거라 생각했던 작품은 2003년 극장에서 상영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7년 가을에는 2편 ‘나스-슈트케이스의 철새들’이 OVA로 발매됩니다.




 2편 ‘슈트케이스의 철새들’은  ‘Japan cup 자전거 전용
로드 레이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Japan cup 자전거
전용 로드 레이스’도 실제 존재하는 대회로 우츠노미야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2007년에 16번째를 맞이하였다.

 


당 작품은 코사카 키타로의 실력에 자전거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까지 더해져서 작화 한 장 한 장에서 가히 장인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밑에서 수련했으니 작화 퀄리티야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 밖에 자전거 레이스에 대한 소소한 부분들 (효과음이나 경기 모습, 실존 인물들의 패러디 등등) 등 자전거 로드 레이스 경기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로드 레이스를 전혀 모르는 분들이라도 충분히 뜨거워 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1편만이 DVD로 발매 되었고 2편은 아쉽게도 아직 발매되지 않았는데 부디 2편도 정식으로 발매되기를 희망합니다.


영진공 self_fish

<세브란스>, 뭐 좀 하는가 싶더니 지지부진하게 끝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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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봤던 중에 가장 인상적인 호러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2004)를 들고 싶습니다. 제목부터 조지 로메로 감독의 고전을 재치있게 패러디하고 있는 좀비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비록 극장 개봉을 못하고 DVD로 직출시되었던 작품이지만 정말 애써서 꼭 한번 찾아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통 호러물이라기 보다는 영국식 코미디를 호러 장르에 이식하는 데에 성공한 작품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죠. 관객들이 코믹한 분위기에 완전히 긴장 풀었다 싶으면 느닷없이 깜짝 놀래켜주는 면도 있긴 하지만요. <세브란스> 얘기를 하기 전에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언급하게 된 건 같은 영국 영화이면서 “피가 튈 때 폭소도 튄다”는 <세브란스> 역시 비슷한 작품일 것이길 바랬던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보다는 좀 더 짓굳은 농담에 호러로서는 좀 더 쎄고, 그리고 섹스 코미디의 재미도 안겨주길 바랬습니다.

영국 군수산업체의 직원들이 헝가리의 외딴 곳으로 단합 대회를 옵니다. 그리고 여느 호러물과 마찬가지로 차례로 죽임을 당하죠. 결국 호러물이란 주인공과 그 동료들이 누구에게 죽임을 당하느냐, 그리고 그(들)은 왜 주인공과 동료들을 죽이려고 드느냐의 두 가지 변수만 다를 뿐 대부분 비슷한 줄거리를 따라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주 작정한 영화가 아닌 이상 주인공 한 두 명은 꼭 살아남게 되고요. <세브란스>는 우선 설정이 좋습니다. 미국, 프랑스 등과 함께 세계 무기 시장을 석권해왔고 각종 크고 작은 전쟁에 개입해왔던 영국 정부와 군수업체에 날을 세웠습니다. 과거에 그들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오늘날 주인공들이 뜻하지 않은 위험에 처하게 된 겁니다. 단합을 강조하지만 무능하기만한 리더쉽과 조직 문화에 대한 풍자도 유쾌하고 무엇보다 기존 호러 장르에 대한 비틀기가 장면마다 상당한 자신감에 넘쳐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들과 그들 간의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영화는 더이상 풍자물도 아니오 호러물도 아닌 지루한 액션 영화로 변질됩니다.

압도적인 죽임의 위협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사투가 아니라 해볼만한 싸움이 되었을 때, 그리고 결국 영국인 남자와 미국인 여자가 그들을 물리쳤을 때 애초에 이 영화가 겨냥했던 영국 정부와 군수산업에 대한 비판의식은 완전히 실종되고 맙니다. 굳이 동정을 해줘야 할 상대라고 볼 수도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는 우리의 것’ 식이 되어버리니 보던 사람도 그래 니들 잘났다 하고 마는 겁니다. 도망가랴 싸우랴 정신 없는 와중에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또한 마지막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조차 농담을 날리는 여유는 인정할만 합니다만 더이상의 호감을 유지할 수가 없더군요. 영화를 보다보니 미국인 배낭 여행객들이 슬로바키아에서 된통 당한다는 설정의 <호스텔>(2005)이 궁금해졌습니다. 공포물이라기 보다는 악취미 영화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세브란스>의 지지부진한 후반부에 비하면 차라리 낫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호스텔>의 주인공들도 마침내 살아남게 될까요? 보기 전에는 알 수 없겠지만 아마 그럴 것 같다는 예상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살려내긴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호러 영화들이야 말로 진정한 대중 영화의 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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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

9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 오프닝 모음


1. 엑스맨 X-Men (1992년)




설명이 필요없는 90년대 미국 TV 애니메이션의 최대 히트작.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5시즌 76 에피소드가 제작되어, 마블 코믹스 기반의 TV 시리즈 중에선 최장 시리즈 물이라고 한다(2번째는 스파이더맨 TV 시리즈). 한국에선 정식으로 방영한 적이 없지만, AFKN을 통해서 시청한 사람은 꽤 있을 것이다.

미국 오리지날 오프닝은 사이클롭스, 울버린, 로그, 스톰, 비스트, 갬빗,쥬빌리, 진 그레이, 마지막으로 프로페서 엑스 – 챨스 익재비어까지 차례로 보여주는 친절을 베푼다.






그런데 일본판 엑스맨 오프닝은 캐릭터들이 환골탈태의 차원을 넘어 아예 변신을 해 버렸다. 이걸 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뿐.


너희들은 대체 누구냐!









2. 엑조 스쿼드 ExoSquad (1993년)


미국 애니메이션에선 보기 드물게 ‘전쟁’이란 소재를 전면으로 내세운 밀리터리 SF 애니메이션. 하지만 인기는 별로 끌지 못했는지, 2시즌만에 종료되고 말았다. 아무튼 장중한 음악과 나레이션이 깔린 오프닝은 상당한 볼거리. 한국에서는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적이 있는데, 당시 오프닝 나레이션만 한국어로 바꿔서 더빙했다.



 



3. 배트맨 Batman the animated series (1992~1994)


1989년, 모든 슈퍼 히어로물의 공식을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바꿔버린 영화가 나왔다. 그것은 팀 버튼의 [배트맨].
그리고 90년대를 장식한 [배트맨]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분명히 팀 버튼판 [배트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단순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캐릭터를 디자인한 브루스 팀의 역량과, 클리셰를 걷어내고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낸 각본가들의 열정에 힘입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 결과 총 85개 에피소드가 제작되고 에미상까지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오프닝은 영화판 [배트맨]의 오프닝 뮤직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방영할 당시에는 황당하게도 60년대 실사판 TV 시리즈의 오프닝에 가사만 같다 붙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대체 왜 그랬을까?



만화책이나 기존 TV 시리즈에선 단순한 매드 사이언티스트에 불과했던 미스터 프리즈에게 ‘비련의 과학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 [Heart of Ice], 어릴 적 브루스 웨인의 우상이었던 [회색 유령]이 등장하는 [Beware the Gray Ghost] 등이 추천 에피소드.


4. 모험가 코난 Conan the adventurer (1992~1994)



로버트 하워드의 [야만인 코난]의 TV 애니메이션판.
한국에서 방영할 땐 별 인기가 없었지만 미국에선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는지 총 65편까지 방영되었다. 한국판에선 김국환씨가 70년대 삘이 풍기는 맥빠지는 주제가를 불렀지만, 미국판 주제가는 남성미가 물씬 넘쳐 흐른다. 한 번 들어볼만한 가치는 있다.





5. 스파이더맨 Spider-Man: The Animated Series (1994)



원작자 스탠 리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스파이더맨의 TV판 애니메이션. 놀랍게도 마블 코믹스의 다른 슈퍼 히어로들 – 데어데빌, 엑스맨, 아이언맨, 닉 퓨어리(그리고 쉴드), 블레이드, 닥터 스트레인지, 퍼니셔,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등등이 출동해 [마블 월드]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시대의 다른 미국 애니메이션들 – 배트맨이나 엑스맨 등은 각각의 에피소드 1편이 독립적인 이야기를 이뤘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TV 시리즈는 전체 시리즈를 관통하는 거대한 줄기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일관된 흐름을 잃지 않았다.

한국 방영시엔 따로 주제가를 만들었지만, 미국 오리지날 오프닝은 옛날 실사판 TV 시리즈의 주제가를 어렌지한 곡을 쓰고 있다. 무척 신나는 오프닝이니 한 번 보시길.


영진공 DJ Han

<아스라이>, 가공되지 않은 독립영화의 어떤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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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력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스라이>는 “99%가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밝혔다는 감독의 말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첫 디지털 단편을 만들었던 일로부터 시작되는 10 여 년 간의 독립영화 체험담입니다. 기본도 없고 여건도 안되지만 그저 영화가 하고 싶어 고집스럽게 달려왔던 어느 청춘의 회상록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흔히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아스라이>는 독립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으로서, 때로는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서 겪어온 경험들의 재연입니다. 연대기 순으로 크고 작은 일화들을 나열하는 방식이고 그런 와중에 어떤 큰 흐름을 엮어나가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겪어온 체험을 바탕으로, 또한 영화 만들기라는 소재를 활용하면서 그와 같은 경험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인양 받아들이게 만드는 확장성 있는 드라마를 구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소 간의 첨삭을 가미해서라도 보편적인 정서적 감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재구성을 시도하기 보다는 소주 한 병 놓고 그간에 경험해왔던 이런저런 일들을 직접적으로 술회하는 식이라 할까요. 그리하여 마치 지난 10년 간 써온 누군가의 공개된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영화 전체를 흑백으로 변환함으로써 시각적으로 균질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하였고 상당히 많은 등장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고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할만 합니다.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세계, 그것도 영화 학습과 제작 여건상 변방이라 할 수 밖에 없는 대구에서의 고군분투기라는 점 역시 그 자체로 흥미롭다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확장성입니다. 관객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에서도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내러티브, 드라마의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아스라이>의 직설 화법에 비하면 작년 말에 개봉했던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2007) 은 같은 영화 만들기를 소재로 하면서도 연애와 소통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섞어 상당히 영리한 내러티브를 엮어낸 편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어떤 화법의 영화 속에서건 드라마는 발견되는 것이고 <아스라이> 또한 관객에 따라서는 충분히 자기 반영을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군다나 채찍질 보다는 따뜻한 격려 한 마디가 절실한 독립영화계 내에서야 더 말할 나위도 없을테지요. 하지만 그저 관객일 뿐인 저로서는 열심히들 만드셨군요, 이 말 밖에는 더 드릴 말씀이 없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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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