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잘살게 피쳐링!!


아유 난 몰라요. 그냥 잘 먹고 잘살게만 해주세요.
자꾸 싸우고, 촛불 들고, 자기만 잘났다고 소리치는데 진짜 어려운 서민은 그런 거 안해요.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그럴 틈이 어딨어요.


미쳤냐? 가만히 냅두면 정치인들이 알아서 니 밥그릇 챙겨주게?
가만히 냅둬봐라.  관심 뚝 끊은 서울시 의회.  3천만원 주고 시의장직 사더라.  니 세금으로 저 짓거리 하고 있으니까 좋냐?

심지어는 십몇억 주고 국회의원직도 산다. 걔 재판 끝나면 한나라당 들어간댄다.

엊그제 이석연 법제처장이 어떤 강연에서 이런 소리 하더라.

“현행 헌법 규정 중에는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의 기본원리를 제약하는 규정이 많이 산재해 있다”
“개헌 과정에서 경제에 대한 국가관여를 규정한 조항을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맞게 손질하는 게 필요하다.”

뭔 소리냐?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손질하겠다는 소리다.
그럼 그건 또 뭔 소리냐?

경제민주화 조항이란 게 이렇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수 있다’


이 조항을 없애거나 고친다는 얘기다.  더 풀어 보자.  예전에 너 대통령 투표권 있었어, 없었어?  없었지?  체육관에 모여 몇 놈만 투표했잖아.  그 투표권을 일정한 나이의 전국민이 갖게 된 걸 뭐라 그래? 민주화라 그러지.


너 지금 돈 있어, 없어?  없잖아.  그래서 그 돈이 적절하게 재분배되도록 국가가 조정할 수 있다는 게 경제민주화야.  이거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너 혼자 시장에 나가서 돈 번다고 생각해봐.  너 돈 없고 담보 없다고 은행에서 대출도 안해주잖아.  너 학벌 낮다고 취직도 안 시켜주잖아.  너 겨우겨우 돈 마련해서 구멍가게 차렸어.  근데 옆에 E-마트 오픈해.  그럼 너 망해, 안 망해?  그래서 이처럼 가진 자들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게 경제민주화야.  시장에서 힘 센 놈한텐 나쁜 거고, 우리처럼 지지리도 순진하고 가난한 넘들한텐 좋은 거지.

너 세금 조작해서 몰래 삥땅 쳐봐.  세무서에 걸리믄 어떻게 돼?  아이구 어려운 살림에 이해합니다, 하고 세무서에서 봐줄 것 같애 안 봐줄 것 같애?  콩밥 먹을 거 같지?

근데 400억 삥땅친 사람은 콩밥 안 먹는다.  이건희.  걔는 왜 콩밥 안 먹어?  시장에서 힘이 세니깐 안 먹지.  이거 공평해 안 공평해?  안 공평하지?  이렇게 안 공평한데도 니가 관심 끊으니깐 경제민주화 조항 손댄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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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자유와 경제 성장의 상관관계>

니가 하는 코딱지만한 동네 삼겹살집.  거기 주된 손님이 누구야. 영식이 아빠, 춘섭이 엄마, 재팔이와 봉선이 커플 아냐.  영식이 아빠 뭐해?  중소기업 부장.  춘섭이 엄마는 뭐해? 동네 슈퍼 사장.  재팔이 봉선이는 뭐해? 컴퓨터 부품 공장 생산직.

근데 명박이가 고환율 유지했어.  그러니까 대기업이 수출이 잘돼.  그런데 영식이 아빠네 회사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야.  원자재는 외국에서 수입해 와.  하지만 환율이 오르니까 수입원자재 가격은 더 올랐어.  대기업이 납품단가는 안 올려줘.  당연히 중소기업 망할 판이야.  그러니까 영식이 아빠, 재팔이, 봉선이 다 지갑을 닫아.  너네 가게도 안 와.  너네 가게도 손님 없어.  너 장사 안돼. 이해되니?


이명박 정부가 환율 올려서 대기업 수출 잘되면 국가 경제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영식이 아빠, 재팔이, 봉선이, 그리고 니네 가게 피똥싸게 파리 날리고 있는 거야.  그럼 돈은 누가 벌었어?  이건희만 벌었지.  이건희 돈 버니깐 니네 가게도 잘돼, 안 돼?  안 되지.

게다가 엊그제는 또 환율을 내린다고 외환보유고를 꼬라박았어.  그랬더니 어떻게 돼? 주식시장이 무쟈게 불안하잖아.  당연하지.  그랬더니 주식투자하던 춘섭이 엄마 쫄딱 망해.  그래서 니네 가게 안 와.  너 장사 안돼.  파리 날려.  이해되니?

정부가 폐지한다는 출자총액제한제.  회사 자산의 25% 이상을 계열사에 투자할 수 없다는 조항.  너하고 아무 상관없을 거 같지?  근데 상관 있어.  들어봐.  옆집 문방구 사장 춘자가 돈 벌어서 새 장사를 시작할라고 해.  쫄면집, 라면집, 김밥집.  그래서 춘자는 백원을 투자해서 쫄면집을 개업했어.  그런데 그 쫄면집이 다시 그 백원을 고스란히 투자해서 라면집을 만들어.  또 라면집은 고스란히 그 백원을 투자해서 김밥집을 개업해.

본래대로라면 삼백원을 투자해야 될 일을 백원 투자해서 다 해버렸어.  하지만 장사가 안돼서 김밥집이 망했어.  김밥집에 자기 자본금 다 꼴아박아 투자했던 라면집도 같이 망해.  역시 마찬가지로 쫄면집도 연달아 망해.  삼백원으로 해야 할 일 백원으로 해놨더니, 백원만 손해보면 가게 3개가 동시에 망하는 거야.  그랬더니 이 가게에 돈 빌려준 동네 은행도 망해.  그랬더니 그 은행에 적금 붓던 너도 망해.  너 뿐만이 아니라 니네 동네 주민들 전부 망할 판이야.  그래서 어떡해?  어쩔 수 없이 공적 자금 들여서 나라가 은행 살려줘.  이 공적 자금이 뭐다? 바로 니 세금이다.

이처럼 정부가 하는 일이 너하고는 별 관계 없을 거 같지만, 모든 거 하나하나가 니 먹고사는 데 다 관계있는 일이야.

엊그제는 또 YTN에 낙하산 사장을 임명했어. 주주가 주주총회 참석하는 것까지 막으면서 날치기로.  그랬더니 어떻게 돼?  전씨 시절 땡전뉴스 기억나지?  KBS가 땡전땡전 하는 동안 전씨는 뭐하고 있었어?  비자금 수천억 만들었지?  그 비자금 수천억 누구 돈이었어?  니 돈이었지.  IMF 터지기 전에 조선일보가 뭐라고 했어?  IMF 따위는 없다고 했지?  그거 믿고 있던 니네 삼촌 어떻게 됐어?  쫄딱 망했지?  YTN이 또 그 짓거리 하면 너 손해 봐, 안 봐?  보겠지.  YTN 사장 낙하산 임명이 너하고 상관 있어, 없어? 있지.

상황이 이런 데도 넌 그저 앵무새처럼 ‘잘살게만 해주세요X100’를 허구헌날 피쳐링 하고 있으니.  넌 저기 여의도에 있는 쟤네들이 천사라고 생각해?  너무나도 맑고 착해서 알아서 너한테 신경쓰고, 너한테 잘해줄 거라고 생각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안 그러면 허구헌날 그 모냥 그 꼴이야.  니 코만 베가면 좋지.  가만있으면 간도 쓸개도 십이지장도 췌장도 다 빼갈 거야.


다시 강조하지만 니가 정치에 신경쓰지 않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판단하지 않고, 투표하지 않고 혹은 아무렇게나 투표하고, 허구헌날 무의미한 ‘잘살게 피쳐링’만 해댄다면 넌 결코 행복해질 수 없어. 결코.


영진공 철구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글러스 러미스


녹색 평론사




경제 침체의 멍에를 쓰고 노무현 정권은 퇴진하고 경제 활성화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다. 수치상으로 보자면 노무현 정권 하에서의 경제는 결코 침체가 아니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체감할 수 없었고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 결과 국민들은 도덕성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경제를 발전시켜 자신들의 가난을 없애 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명박 정권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왜 경제가 발전하였음에도 양극화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은 얼마나 경제를 성장시켜야 양극화는 줄어들고 모두가 가난에서 해방된 파라다이스를 맞이할 수 있을까?




파이는 얼마나 커져야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 




20세기 냉전의 시기를 거치며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개의 커다란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결국 자본주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자본주의는 인류의 진보이자 진리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금 자본주의와 경제성장은 이 시대의 ‘상식’이 되었다.




저자는 ‘상식’의 의미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상식이 되었다는 것을 정치학에서는 패권을 잡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객관적이며 보편적인 현실처럼 보입니다. 논의나 토론의 대상이 될 필요도 없는, 실증이 이미 끝난, 혹은 실증 이전의 믿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의 위치에 놓입니다. 패권적인 사고에 모두 설득당한다기보다도 그것을 의심조차 하기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것이 배타적 진리, 즉 상식이 되고, 그 이외의 사고방식은 비상식이 됩니다.”




사실 조금만 둘러보아도 자본주의와 경제성장이 빈부격차의 해결책 역할을 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우리는 30~40년 전보다 몇 배나 국민 소득이 증가했지만 양극화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많은 노동자들은 여전히 세계 최장 근무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눈을 돌려 세계를 보더라도 마찮가지다. 행복지수는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낮은 유럽국가들에게서 높이 나타난다. 세계 유수의 도시는 발전을 거듭하고 빌딩은 하늘 위로 끝없이 치솟지만 슬럼가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있다. 




16세기 전에는 천동설이 상식이었고 자연발생설이 상식이었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것이 상식이 아님을 알 수 있듯 저자는 경제성장이라는 상식을 깨야만 진정한 해결책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해결책 중의 하나로 ‘제로성장’을 제시한다. 나 역시도 ‘상식’에 길들여져서인지 그의 ‘제로성장론’이 조금 허황되게 느껴지지만 저자의 이 말 만큼은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새겨 넣어야 할 것이다.




“빈부의 차이는 정의(正義)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중략)….정의란 정치용어입니다. 빈부의 차이는 경제활동으로 고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빈부의 차이를 고치려고 한다면 정치활동, 즉 의논하고 정책을 결정하여, 그것을 없앨 수 있는 사회나 경제구조로 바뀌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명박 정부는 파이를 크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을 얼마나 공정히 나눌 것인가에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이는 지금 그가 보여준 정책을 보더라도 명확하다. 경제성장을 핑계로 기업의 규제를 풀고 복지정책을 축소함으로서 오히려 부의 쏠림을 더욱 굳건히 만들고 있다. 우리가 경제성장이라는 ‘상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 이명박 정권은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하며 생존해나갈 것이며 그 피해는 이명박 정부를 지지한 가난한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 책은 경제문제 뿐 아니라 ‘상식’이란 틀에서 군대, 정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군대문제에서는 국가에 교전권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정치문제에서는 지금의 민주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