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공 60호]장애인의 성(性)과 성인용품

구국의 소리
2006년 10월 15일

군대를 제대했을 때 난, 지구 정복이라도 할 수 있을지 알았다. -.-; 그러나 그 마음은 금새 접히고, 그냥 착하게 사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97년도이니까, 벌써 10년이 다 된 이야기다. 군대를 제대하고 갓 복학을 했던 나는 이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하겠다라는 거창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학교 근처의 모 장애인 센터였다. 내가 배우던 전공이 사회복지 관련 학과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교양 과목의 학점 이수 때문에 찾아간 것도 아니었기에,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찾아온 내가 반가웠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덩치도 남들 이상인 것이 힘도 잘 쓰게 생겼겠다, 군대가 갓 갔다 와서 빠리빠리하겠다 싶었는지, 여기 저기 불려 다니며 센터의 여러 가지 일들을 맡아 했었다.

지금이라면 “돈은 시간당 얼마?”라고 묻고 시작했을 일들을 군소리 없이 했던 나를 돌이켜 보면, 그때 어렸던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내가 찌들어(-.-) 버린 것인지 아리까리하지만, 하여간 그때는 상당한 보람을 느끼며 여러 일들을 쫒아 다니며 열심히 했었다. 정신보건 센터의 사무일도 했었고 (군대에서 행정병이었다. 군대에서는 워드를 잘 쳐서 신의 손이라고 불렸었다. ^^), 취미를 살려 행사장에서 사진도 찍었고, 센터의 낮 병원에서 팔자에도 없는 선생 노릇도 했었다. 비록 8개월 만에 센터 안의 비리를 직접 목격하고 실망 가득한 마음으로 때려 치고 나왔지만, 나름대로 보람 있는 경험이었고, 즐거웠던 추억이었다. 특히나 장애인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같이 생활했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 된 시간이었다.

( 글의 표현 중에서 장애인에 대한 거리감이 존재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나름대로는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나의 오만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느끼는 나도 모르는 이질감이 어쩌면, 아니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표현으로 나왔다면 제 잘못입니다. 부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성적 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이런 경험이 일말의 영향을 끼쳤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애인들에게 성적인 욕구가 존재하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도 야한 거 보면 꼴리고, 꼴리다 보면 하고 싶어 한다. 자원 봉사를 할 때,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가정방문을 갔던 경험담을 한 젊은 여자 워커에게 들은 적이 있다. 육체 나이는 20대 중반이지만, 정신연령은 7세에 불과했던 그 정신지체 장애인은 자신의 집에 방문한 20대 중반의 그 여성 워커를 보자 바로 발기를 해 버렸단다. 체육복 앞으로 갑자기 툭 튀어 나온 물체(?)에 놀란 그 여자 워커는 어쩔 줄 몰라 당황을 했고, 정신지체 장애인의 어머니는 “이 놈이 오래간만에 젊은 여자 분을 봐서 그런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했단다. 같이 갔던 나이 많은 여자 워커분이 젊은 여성분을 집 밖으로 내보내고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 버려 더 이상 아무 일도 없었지만, 그 여성분도 그제서야 피부로 느꼈단다. 장애인의 성이 하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정신지체 장애인도 성욕을 주체 하지 못하는데, 육체에만 장애가 있는 분들은 오죽 하겠는가? 남들과 똑 같이 성을 느끼고, 똑 같은 성적 판타지를 가지는데, 막상 솟아오르는 성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내 자신이 지금과 같은 정신과 일반적인 섹스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데, 비장애인과 함께 섹스를 공유할 수 없는 육체를 가지고 있는 섹스금치산자라고 생각해 보자. 만약 그렇다면 그런 상항을 쉽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1986년 황진이 포스터 ... 딱 20년 전 장미희씨 얼굴이네..

수 십 년간 도를 닦아도 얻기 힘든 것이 색(色)에 대한 도(道)다. 오죽했으면 30년간 벽을 보며 도를 닦았던 조선의 지족선사가 다른 모든 욕구를 이겨냈으면서도, 황진이의 유혹 만큼은 떨쳐내지 못했겠는가? 또 오죽했으면 카톨릭에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성 오거스틴 (St. Augustine) 조차 성적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어 하느님께 “나에게 성적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주지 마십시오.”라고 기도를 했겠는가? 오랜 수련을 한 동서양의 종교인들조차 자신의 욕망을 이겨내기 힘든 것이 현실인데,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게 가능하기나 한 것이겠는가?

장애를 가진 분들이 도를 닦는 분들이 아님에도, 어쩔 수 없이 도를 닦아가며 금욕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 무언가 탈출구가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뜻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장애인을 도인으로 만들 수는 없는 문제이지 않은가? 예전에 자원 봉사할 때 만났던 뇌성 마비 형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러다 나 죽으면, 사리 나오지 않을까?”라는 자조 섞인 농담은, 농담이기 이전에 무언가 대답이 필요한 질문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의 성은 성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매매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장애인의 성”을 이야기하고, 성인 비디오 산업 쪽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장사를 하며 “장애인의 성”을 이야기한다. 이번 섹스포에서도, 그리고 성인용품 협회의 정관에도 “장애인의 성”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주요한 해결 과제로 끼워 놓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자신들이 먹고사는 것들이, 세간의 우려와는 다르게 모두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장애인의 성을 상업적으로 팔아먹고 있다고 꼭 비난할일만은 아니다. 솔직하게 말해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그 분들이 아닌 이상, 장애인의 성에까지 관심을 가져줄 오지랖 넓은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관심이 있는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은 장애인의 복지와 처우 정책에 비추어 본다면, 장애인의 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인 논의는 어쩌면, 대략 500년 정도는 지나야 제대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앞서 그 분들이 거의 유일하게 장애인의 성 문제에 진지하게 ( 조금 다른 의미겠지만) 접근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게다가 장애인의 성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애인에게 성적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 일일 텐데, 비장애인에게 성적 욕망이 있다는 것도 제대로 인정받기 힘든 이 사회에서 이게 쉽게 가능한 일이겠는가?

유일한 대안은 성인용품인가?

현실적으로 장애인들이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인용품을 통해서다. 외국에서처럼 공창 제도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 국가에서 시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섹스 자원봉사 : 말 그대로 섹스를 해 주는 자원봉사자”가 있는 것도 아닌 이상 (앞서 말한 이런 제도를 옹호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 볼만한 필요가 있다.), 성인용품만이 장애인 분들의 성적 요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이 된다. ( 물론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사회 인식이 바뀌어,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서로의 성을 탐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경우다. 사람들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성을 만나 섹스를 하듯, 장애인들도 성적 매력에 패널티를 받지 않고 다른 이성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 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또 500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일이겠지만. )

문제는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인 성인용품마저 장애인 분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성인용품점은 비장애인 분들도 들어가기 꺼려하는 곳인지라, 장애인 분들이 쉽게 이용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대부분의 성인용품점들이 교통이 불편한 외진 곳의 2, 3층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웹 기획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것 중에 웹 접근성 규약 (Web Accessibility Guidelines) 이라는 것이 있다. 장애인이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손쉽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사이트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본적인 규약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시각 장애인을 위해 모든 이미지에 간단한 설명 (alt) 부분을 덧붙이는 일들이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사이트도 웹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좋은 시도가 된다. 그러나 모든 성인용품점이 장애인을 우대한다고 하지만, 그리고 장애인의 성을 고민한다고 광고하지만, 실상 장애인이 접근 가능하도록 해 주는 기본적인 규약인 웹 접근성의 가이드라인을 조금이라도 지키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짬지닷컴도 마찬가지다. -.-; 내 얼굴에 침 뱉는 이야기라, 꺼려지기도 하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그런 규약을 지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그 댓가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이 없기 때문이다. ( 써 놓고 보니 정말 죄송하다. ) 그렇지만 또 변명하자면, 대법원 사이트와 같은 일부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국가의 관공서 사이트 그 어떤 사이트도 웹 접근성을 적절하게 지키는 곳이 없다. 심지어는 장애인 관련 사이트들조차 웹 접근성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실제 성인용품의 구매자 분들 가운데서 장애인의 비율은 극히 적으며, 구매하시는 분들조차도 제품의 정확한 사용방법을 인지하지 못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인용품점에서 장애인을 위한다고 떠드는 것은 실상은 이렇게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 그런 면에서 차라리 섹스포와 같은 박람회가 더 효과적이다. ) 앞서 말했듯이 짬지닷컴이라고 이런 장삿속에 대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나름대로 의식(?)을 갖춘 성인용품점을 표방한 곳이기에, 고개 숙여 반성을 해야 옳을 것이다. 사장 입장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더 많은 노력으로, 더 많은 곳을 살피는 쇼핑몰로 거듭 나도록 노력하겠다.

( 이상하게도, 글이 자아비판 쪽으로 흘러 버렸다. 이게 아니었는데.. -.-; )

장애인의 성 문제는, 다른 산적한 장애인의 문제에 비하면 소소해 보이는 문제다. 최하단의 생존의 욕구조차 채 실현되지 않았는데, 더 상위 단계인 섹스의 욕구를 거론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배부른 고민일 수도 있다. 갈 길 바쁜 장애인 복지 정책에 “왜 섹스는 이야기하지 않나요?”라고 묻는 것은, 꼭 철없는 아이가 밥 해먹이기도 바쁜 가난한 엄마에게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조르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다. 게다가 그 어떤 방법도 현실적으로 현명한 대안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성적 문제를 해결한 마땅한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난 해결 방법을 찾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인들에게도 성적인 욕구와 고민이 있음을 인식하고, 이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결론은 다음 문제다. 정말 500년 정도 지난 다음에 생각해 볼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 오늘 이 글을 쓰며 쪽팔린 마음에, 짬지닷컴 메인에 시각 장애인들에게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음성 파일 하나를 심었다. 그리고 장애인 10% 할인 제도를 만들어 붙였다. 더 노력해야겠지만, 솔직하게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쇼핑몰 운영을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메인 페이지의 로딩 속도를 0.1초라도 빠르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는 현실에서 음성 파일 하나를 연결 시켜 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그리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날로 작아지고 있는 사이트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10%라는 금액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내가 잘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현실의 제약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 이 글은 비장애인 입장에서, 비장애인들을 향해 쓴 글이다. 에이블 신문등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어느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느끼는 장애인 성문제와 비장애인들이 느끼는 장애인의 성문제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가지만, 비장애인에게 있어서는 딴나라 이야기일 따름이다. 성 가치라는 것은 비단 한 집단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회 전체의 가치 속에서 부분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특히나 성에 민감한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 집단의 논의 만으로 장애인 성문제가 해결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글은 그런 의미에서 한번 짚어 보자는 이야기를 쓴 것이다.

잠시 구국의 소리로 마실 나온
성역사연구회 과장
짬지(http://zzamziblog.com)

[영진공 60호]조중동은 지랄 그만 떨어라.

구국의 소리
2006년 10월 12일

북한의 핵실험을 제일 반기는 곳은 조중동 찌라시와 우익 꼴통들인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은 일제히 ‘거봐. 퍼주다가 이 꼴 날줄 알았다.’란 식의 기사와 사설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의 핵실험 문제가 포용정책의 문제라기 보다는 미국의 대북 강경책의 문제였음에도 그들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저 미국한테 쪼로로 달려가서 무조건 잘못했다 하고 시키대로 따르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기사 쯤이야 조중동의 본색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능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니 그렇다 치자.

밑의 기사를 보자.

죽음의 재, 낙진 떨어지나

반경 500m이내 인명 절반이 즉사

이번 중앙이 아주 제대로 정신이 나가셨다. 아직 핵실험인지 단정지을 수 없음에도 마치 북한이 내일 당장 우리에게 핵공격이라도 해올 것 같이 소설을 써내려가며 ‘언제부터 우리가 언론이었다고..’란 본연의 자세로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낙진? 아주 기가 찰 노릇이다. 이 나라를 패닉 상태로 빠트리기로 작정을 한 모양새다.

아. 씨발. 북한의 핵실험도 걱정이지만 조중동의 짓꺼리에 혼란스러워질 우리나라가 더 걱정된다.

쭝앙아. 아예 일본의 원폭 피해자 사진과 함께 ‘이제 곧 우리도 이꼴이 날지 몰라요.’라고 친절히 캡션까지 넣어서 싣지 그러냐.

명랑 구국 청년단
Self_Fish(http://bung015b.egloos.com)

[영진공 60호]북핵 문제 해결의 10가지 방법

구국의 소리
2006년 10월 12일

북핵 사태 관련해서 다들 원인 분석과 향후 전망을 해 대느라고 바쁘다.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욕설이고, 잘 해야 걱정일 뿐이다. 사실 답이 없으니 함부로 말을 못하는 것이겠지만, 설령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할지라도, 어디 이게 쉽게 말할 “거리”인가? 그저 침묵하며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겠지. 나야 걱정할 것이 무어던가? 내가 떠들다 욕먹으면 본래 그런 놈인 것이고, 얼추 동의를 얻으면 “시류에 편승한 광고 전략의 승리”가 되는 것일 뿐이기에, 입을 열기가 훨씬 자유롭다. 물론, 성인용품 업자의 품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하고자 그동안 말을 아껴왔지만, 누구나 한번씩 다 짚고 넘어가는 이런 호기를 놓치면서까지 품위를 생각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럴 때는, 내가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성인용품 업자인 것이 자랑스럽다.

1. 왕따 전략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누구나 말 하는 것이 왕따 전략이다. 전 세계가 힘을 합쳐 북한을 왕따 시키자는 건데, 계좌동결부터 개성공단 철수까지 많은 왕따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다굴하자는 말은 없지만, 그동안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북한이 주위의 갈굼을 무시하고 왕따의 외로움을 이겨낸다면, 약 오른 사람들에 의해 다굴하자는 말이 안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2. 무안단물 강제 투입

안 되는 것 없는 대한민국 제 1의 보물 : 무안단물 < 효능 자세히 보기 >
DC 폐인들이 만든 무안단물의 활용사례

어차피, 한국, 일본, 중국에서 떠들어봐야 씨알도 안 먹힌다. 어쩌다보니, 당사자가 북한의 뽀글이 아저씨와 미국의 부씨 아저씨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두 사람에게 말을 해야 되는데, 두 사람 모두 보통 꼴통이 아니어서 말로 안 된다. 혹시 무안 단물을 아는가? 안 되는 거 하나 없는, 신의 물. 무안 단물. 이걸 두 사람에게 먹이면 어떨까? 무안단물을 먹으면 머리도 좋아지고, 심성도 착해진단다. 머리 나쁘고, 심보 고얀 두 아저씨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혹시 아는가? 뽀글이 아저씨가 파머 풀고 머리에 꽃 꽂고 내려와, 부씨 아저씨와 함께 지구 평화를 이룩할지.

3. 땡볕정책

햇볕정책의 실패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지만, 국내외 반발을 아우르지 못한 반쪽짜리 햇볕정책은 분명 약발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햇볕정책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일. 보다 강력한 햇볕을 쪼는 거다. 이름하야 땡볕정책. 먹을 것을 주는 척하지만, 실제 주는 건 하나 없는 이 정책은 결과가 참혹하게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지만, 외투를 벗기는 것만이 아니라 팬티까지 벗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일 될 수 있다. (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묻지 마시라. )

4. 전쟁준비

어쩔 수 없다. 전쟁이다. 전군에 데프콘을 발동시켜 전 사병을 휴가 복귀 시키고, 전국의 장병들에게 전시에 준하는 완전군장을 착용하게 한 후 뺑뺑이를 시킨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예비군을 총 소집시켜 14박 15일 간 동원훈련을 시키며, 만반의 준비를 한다. ( 난 민방위다. ) 이렇게 되면, 국내의 불평불만을 잠재울 수 있으며, 한번 찔러 보려고 했던 부씨 아저씨와 뽀글이 아저씨를 화들짝 놀라게 할 수 있다.

5. 일본침략

이건 일종의 충격 요법이다. 대마도만 건너가도, 북핵의 “북”자도 안 나올 것이다. 대신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북한만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우리도 한번 벼랑 끝 전술 (어쩌면 벼랑 낙하 전술)을 구사하는 거다. 유엔 사무총장도 한명 만들었겠다, FTA도 복잡해졌겠다, 전시작전권도 애매해졌겠다, 일본과의 관계는 더러워졌겠다, 중국은 동북아공정이다 뭐다 시끄럽겠다, 우리도 더 잃을 것이 없다. 갈 때 까지 가 보자. 그러나 이건, 민방위인 나도 소집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신중해져야 한다.

6. 2000만 기독교 대 기도회 개최

이제 우리의 힘으로 안 되는 상황이 되었기에, 어쩔 수가 없다. 다른 방법이 있는가? 고로, 종교의 힘을 빌어보자. 30일간 부흥회를 열어, 존내 기도하는 거다. 하다가 그래도 안 되면, 불심으로 대동단결도 한번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알 자지라 방송을 사들여 전 이슬람권의 단결을 호소하는 것도 대안이리라. ( 알 자지라 방송. 정말 멋진 이름이지 않은가? 나중에 돈 벌면, 꼭 인수할 계획이다. )

7. 보수 대단결!

1,000만 보수를 다 모아 북침을 단행한다. 조갑제 옹을 총사령관으로 하고, 전여옥 여사를 간호장교로 해서, 한번 맞짱을 뜬다. 이라크에 갔던 홍사덕 아저씨도 불러 오고 (안 갔나?), 고문에 귀재이신 정형근 의원님도 모셔야 한다. 울화통을 건드는데 귀재이신 지만원 박사님은 심리전 장교로 모셔야 할 것이다.

8. 진보 대단결!

1,000명 진보를 일단 다 모은다. 스스로 진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다 어디 숨어 버렸는지, 잠수 모드 인지라 1,000명이나 모을 수 있을라나 모르겠지만, 하여간 다 모여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햇볕정책의 강화로 가야 할지, 대북 제재로 가야할지, 그것도 아니면 북한이 핵을 가진 어제를 국경일로 정해야 하는지를 논해야 한다. 어떤 말을 하는 사람들이 진보인지 조금 헤깔리기는 하지만,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아 대 토론회를 개최하면 될 것이다. 그나저나 학교를 가득 채웠던 그 많던 싱어는.. 아니 진보는 다 어디 간 것일까?

9. 항복 선언

대한민국이 항복을 선언하는 거다. 이래저래 시끄럽고, 답도 나오지 않으니, 그냥 속 편하게 항복하는 거다. 문제는 누구에게 항복을 선언하는가인데. 미국이 좋을까? 아니면 북한이 좋을까? 미국에게 항복하면, 헌법을 조금만 뜯어 고쳐도 돼서 쉬울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인종차별이다. 북한 뽀글이 아저씨에게 항복하면 왕래가 간편해서 좋지만, 배고픈 것은 못 참을 텐데.

10. 잠수

일단 조용히 숨는 거다. 어떻게 돌아가나 살펴보고, 조용해진다 싶으면 그때 움직이는 거다. 한 쪽의 주장이 쎄면 거기에 붙고, 그러다 다른 쪽에 헤게머니가 넘어가면 다시 그리로 가는 거다.

설마, 여기까지 읽고 이 글을 반박하시려는 분은 없으시리라 본다. 진지하게 반박하면, 그건 반박하시는 분의 모양새가 우습게 된다. 이런 글에 화를 내는 것은 더 웃기다. 그러기에 조용히 감상하셨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한 생각 없는 시민이, 우국충정에서 하는 말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면 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대응 전략은 웃자고 쓴 이 열 가지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된 현재의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한국 사회가 코미디인 것을 탓해야지, 이 글을 탓해서야 되겠는가?

덧)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 북한의 핵 문제는 뽀글이 아저씨의 오판이다. 가장 큰 잘못은 “그나마 북한에 덜 적대적인 나 같은 사람까지, 그리고 햇볕 정책을 옹호하는 나 같은 사람까지” 북한 체제를 증오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위
짬지(http://zzamziblog.com)

섹스포 참관 후기

언론중재위원회
2006년 9월 13일

섹스포에 갔다 왔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냥 보통의 성인용품 박람회더군요. 특별히 대단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인용품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밖에 없던데, 왜 이리 난리가 난 것인지 모르겠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슈를 만들어내셨던 기자 분들이나, 관련 사회단체 분들이 성인용품을 낯설어 하셔서 그런 것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성인용품 쇼핑몰에 한번이라도 가 보신 적이 있는 분이라면, 콧방귀 이상 나오지 않는 박람회였거든요. ( 게다가 입장료 15,000원이라니.. orz )

금요일 사무실에 와서 바로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같이 섹스포를 관람했던 딴지몰 공장장님하고 도매하시는 분들하고 새벽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는 바람에, 게다다 주말에는 어디 놀러갔다가 오는 바람에 오늘에야 정리해서 올립니다.

사진기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구립니다. 그나마도 세상이 하 뒤숭숭한 탓에, 모자이크 처리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구속됐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거든요. -.-;;

사진만 봐도 짐작이 갈 겁니다. 얼마나 썰렁한 박람회장이었는지.
편의를 위해 사진 설명은 반말로 하겠습니다.







스트립쇼, 뱀쇼, 물쇼 같은 것을 기대했던 분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던 섹스포 메인 쇼.
그건, 동네 pc방 개업식때 볼 수 있는 나레이터 언니들의 나레이터 쇼였다.
이 쇼를 보며, 허걱했다. -.-


그나마 특이한 제품이라면 이런 풍선들.. 하지만 모양새가 남량특집스럽다.


3차원 입체 영상 모니터. 에로 비디오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보면 더 야하다는 관계자 분의 설명에, 같은 장사꾼으로서, 물건을 팔아야하는 사람들의 애환이 느껴졌다.


메인 부스 정가운데 떡 하니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승마기구.
말 타는 연습을 하면 다이어트에 좋단다. 여기 부스에만 나레이터 언니들이 안내를 해 줬다. 다른 부스는 모두 잘 생긴 남자분들이..


건강 보조 식품. 정력에 좋은 게 있나 봤더니, 전부 노인분들을 상대로한 제품들이다.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감식초 음료수 파시는 분들도 계셨다.


유일하게 볼 만 했던, 리얼돌. 800만원 짜리란다. 관세청이 바짝 긴장했던 것은 이 제품 때문이었다. 다른 외국산 수입제품이야, 늘 있어왔던 것이고, 카메라 렌즈나 노트북 같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유야무야 수입되는 것이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렇게 크고 고가의 제품이 수입되어 관세청이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 그럴만도 하다. 어디 백도어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제품이 수입될 수 있겠는가? )


혼자 웃었던, 돈 내고 돈 먹기. 아니, 돈 내고 성인용품 먹기
총 쏴서 성인용품을 떨어뜨리면 그 성인용품을 준다. 대단하다. 사람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다니. 상식을 깨는 성인용품 판매술에 감동했다.


돈 내고 성인용품 먹기. 이런 것도 있었다. -.-;


가장 황당했던 것은 이 옷가게였다. 전시장의 1/4을 차지하던 이 옷가게.
이것도 성인용품이란 말인가? 옷 안 벗고, 그러니까 옷 입고 섹스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성인용품 부스란 말인가? 아니면 평소 이상한 옷만 입고 섹스 하시던 분들을 위해, 정상섹스를 위한 코스튬플레이 복장이란 말인가?


사진이 구려 잘 안 보이지만, 옷 가게 뒤쪽에 가구 전시장이 있었다.
가구? 성인용품 박람회에 왠 가구란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전시 부스에 가슴이 막혀왔다. 상상력을 발휘해 봐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떠 오른 작년의 기사 하나.

기사 보기 : (네이버 링크) 가구가 성인용품이 된 까닭

혹시, 위 기사를 본 분이 저 부스를 차린 것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대단한 분이다. 보통의 가구를 특별한 용도의 성인용품으로 변종시켜 팔아먹을 생각을 하시다니. 존경의 마음 금할길이 없다.

끝입니다. 이게 성인용품 박람회, 섹스포의 전부였습니다.

같이 성인용품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비꼬는 글을 쓰는 일 자체가 제 얼굴에 침뱉는 것 이상이 아니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심하더군요. 이벤트가 취소되지 않고, 모든 이벤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할지라도 욕을 먹었겠더군요. 섹스포에 대한 제 생각은 이전 글에서 다 써 놨기에, 더 이상의 코멘트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조금 더 알차게 준비했더라면, 조금더 기획을 차분히 다듬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성인용품 업계가 온 몸을 추스르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음란물 시비가 붙어, 현재 2개 업체의 사장님이 구속되었고, 20여개 업체를 조사중이라고 합니다. 이미 10개 업체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나머지 10개 업체는 언제 조사를 받을지 모른다고 합니다. 조사를 받지 않은 10개 업체는 누구인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들 더 떨고 있죠. -.-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제가 로또에 한 번도 당첨되지 않은 무운(無運)의 실력자이기에, 이번 랜덤 수사에도 걸리지 않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경찰에 걸리면 그때 글 올리겠습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경찰서에 가보지 않았기에 경찰서 탐방기 혹은 경찰조사 후기 같은 걸 올려도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철없는 생각이 들거든요. -.- 시간 되시는 분들. 저의 무운을 한번 빌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뱀다리 : 섹스포 행사장에서 만난 딴지의 너부리님 왈 “그거, 20개 업체에 안 걸려도 딴지몰로서는 쪽 팔린거 아냐?.”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맞아요. 저희 짬지도 그래요.”라고 키득키득 웃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쪽 팔려도 좋으니, 안 결렸으면 좋겠습니다. -.-

구국기도회에서 느낀 네가지 유감

2004년 10월 05일
구국의 소리

1. 한겨레
‘…돌출행동을 벌였으며…행진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10월 4일 시청앞 광장에서 있었던 집회의 풍경을 한겨레는 이렇게 보도했다. 대체로 평화적으로 끝난 그 집회를 과격시위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역력한 대목.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의 행위가 왜 ‘돌출행동’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 사회에서 그 정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화기로 불을 끈 경찰의 행동이 오히려 문제가 있었으며, 민간 사회에 적응이 덜된 재향군인 몇 명의 행동을 전체로 확대시키는 보도 역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을지로 일대에서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걱정하는 자세, 이게 바로 조선일보가 파업 때마다 써먹는 수법이다. 올 봄의 탄핵 반대 집회 때는 그럼 교통정체가 없었던가?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시민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교보문고를 비롯한 인근 상점들이 매출이 떨어져 울상을 지었지만, 그럼에도 그때 한겨레는 감격에 겨운 듯 촛불시위 장면을 보도하지 않았던가.

시청 앞 광장은 어느 특정 정파의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그 거리에 서서 자신의 주장을 소리높여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집회의 주체에 따라 논조가 바뀌는 한겨레의 보도는 그래서 유감이다.

2. 자발성
이번 집회는 순복음과 금란교회 등 대형 교회들이 주축이 되었다고 한다. 보수단체가 10만명을 모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첫 번째는 작년 3월 1일-두번 다 대형 교회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순복음의 조용기 목사는 신도들에게 모임 참가를 독려했고, 대절 버스를 동원해 신도들을 실어날랐단다.

난 그 교회 신도들이 평소 얼마나 정치적인 소신이 뚜렷했는지 의문스럽다. 목사가 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버스를 대절하지 않았다면 자발적으로 시청 앞에 나갔을까? 별로 그랬을 것 같지 않다. 버스대절, 사실 이거 문제가 많은 거다. 탄핵반대 집회 때 열린우리당 당원이 버스 한 대를 대절한 걸 가지고 난리 굿을 했던 보수 진영이 한 대도 아니고 수십, 수백대를 동원해 군중들을 실어나를 수가 있는가. 탄핵반대 집회 때 모인 군중들이 다들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 모인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그렇다. 우리나라 보수는 자발성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다. 교회 측의 동원력을 빌리지 않았다면, 올 봄의 탄핵 찬성 집회 때처럼 나이드신 분들 몇백명이 인도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었을 거다. 내 주위 사람 중엔 노무현을 김정일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들 중 한명이라도 시청 앞에 나갔다는 사실을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젊은 보수는 다 죽었는가? 마음 속으로 정치적 신념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한데 모여 세를 과시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들과, 아무 생각없는 교회 신도들에게 큰일을 맡길 셈인가. 자발성이 없다는 것, 내가 보수 단체들에게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3. 시각
어제는 다들 출근하는 날이었다. 추석 연휴 때문에 주말까지 쉰 사람들도 모두 다. 회사에 가서 적응도 하고, 밀린 일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그런 날 오후 세시 반에 어떻게 집회를 할 수가 있담? 한가한 거야 알겠지만 그렇게 티내면 ‘보수 애들은 다 실업자’란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탄핵반대 집회 때도 그런 말이 나왔다. 오해를 살까봐 퇴근시간 이후,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모임을 가졌었는데도 모 의원님들께서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는 애들은 다 실업자”라고 폭로하지 않았던가. 그 바람에 뜨끔해진 실업자 분들은 모임에 누를 끼칠까봐 집회에 안나가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수 쪽은 왜 하필 월요일 오후 세시 반인가? 교회 예배 때문에 일요일이 안된다면, 최소한 퇴근 후에 달려갈 수 있게 일곱시 정도에 모임을 시작해야 할 게 아닌가.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십만인파의 모습은 구국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더불어 우리나라 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줬다. 실업자라 하더라도 그렇게 티내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이게 내가 그 모임에 가진 세 번째 유감이다.

4. 부시?
마이클 무어의 발랄한 말에 기대지 않더라도, 부시가 또라이라는 건 세계 모든 사람이 안다. 세계의 패권국을 누가 다스리는가는 우리같은 변방의 나라일수록 더 중요한 법, 부시 덕분에 우리는 이라크에 파병을 했고(노무현의 책임을 부정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지금 테러의 위협에 몸을 떨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부시가 중동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9.11 테러가 발생했을까? 그럼에도 아무 생각없이 사는 미국인 일부는 부시를 지지하며, 이번 대선에서 또 찍겠다고 한다.

미국 애들은 그렇다 쳐도, 부시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시달림을 겪은 우리나라만은 부시를 지지하면 안되는 법, 하지만 어제 집회에서는 부시와 함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구하자는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아니 왜 박근혜나 최병렬, 정형근이 아니라 부시인가? 무식하기 짝이 없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싸움과 영어밖에 없는 부시를 연호하는 건, 보수단체 스스로 자신들이 또라이임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안그래도 아는 게 없다고 비판받고 있는 우리나라 보수, 제발 좀 참아달라. 보수가 보수다워야 나라가 바로서지 않겠는가. 다음 집회 때는 꼭 당신들의 능력을 보여 주시길.

영진공 안전기획부 부장
서민(bbbenji@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