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 문제는 형량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최근 한 아동성폭행 사건으로 온갖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려면 깊이 생각해볼 것들이 몇가지 있다. 지금부터 그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1. 형량은 인권하고는 관계가 없다.

이거 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형량은 인권하고 상관이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이들이 혼동하는 게 형량의 크고 작음, 특히 작은 형량이 “범죄자의 인권을 존중한 탓”이라고 착각하는 거다. 그런데 말이다. 인권은 그런 거 아니다.

예를 들어, 범죄 수사과정에서 용의자의 권리가 얼마나 존중되었는지, 혹은 사형제를 폐지할지의 여부 같은 것은 인권하고 관계가 있다. 하지만, 일단 유죄로 확정된 이후에 내려지는 형량은 죄질에 대한 법적 판단의 결과일 뿐, 인권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론 내가 봐도 그 형량은 좀 문제있다. 12년 징역. 수감 중 감형이 전혀 없다 해도 나이 69세에 사회로 나온다. 그러나 그 인간, 이번에 저지른 짓을 보면 69세가 되어도 안전하다 볼 수 없는 상태일 거다. 전자발찌? 그건 일이 벌어진 다음에 수사할 때나 편하지 범죄 자체를 막는 수단은 아니다.

그럼 왜 그 따위 형량이 나왔나? 다른 범죄에 비교해서, 그리고 현재 수형시설의 여력으로 봐서… 여러 가지 법적, 행정적인 이유로 그 형량이 내려진 거다. 아동성범죄의 형량을 늘리면 그에 상응하는 다른 범죄들의 형량도 늘려야 한다. 이것들을 위해서는 수형시설의 규모를 늘려야 하고, 세금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물론 교정직 공무원들도 더 많이 뽑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그런데 쓸 돈이 없다. 예전에도 별로 없었다. 지금은 더 없고.

나는 사실 우리 사회에서 형법의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이번 같이 주목을 받는 사건 범인의 형량을 크게 때리는 것보다, 죄형법정주의의 취지에 따라 같은 죄에는 같은 형벌이 매겨지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게 사실 인권 문제다.

누구는 수십억 배임에, 수천억 조세포탈을 해도 그냥 추징금만 물면 되는데, 누구는 수백만원 배임으로 일자리 잃고 징역까지 산다. 누구는 위장전입하고 “죄송합니다” 라고만 하면 총리도 되는데, 누구는 그 위장전입으로 검찰에 기소된다. 2007년에만 위장전입 혐의로 1504명이 입건돼 733명이 기소됐다. 이게 진짜 조까튼거 아닌가?

생각해보라. 이 위장전입자와 배임, 탈세범들에게 그렇게 가벼운(혹은 아예 없는) 형벌만 내려진 이유가 ‘인권 존중’ 때문일까? 아니지. 그들의 인권이 아니라 그들의 재력과 권력 때문이다. 반면에 인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본권이다. 누구든 상관없이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인권정신에 더 가깝단 말이다.

2. 인권을 존중한 덕분에 가능했던 것

오히려 이번 사건의 범인을 확정한 증거 중에 피해자의 증언을 고려한 것은 인권 신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어린아이의 증언은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도 많이 그렇다) 물론 아이들의 증언은 암시나 유도질문에 의해서 왜곡되기 쉽다. (그런데 어른들의 증언도 사실 많이 그렇다) 하지만 충분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아이들의 증언도 믿을 수 있으며, 아이의 증언 밖에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다. 여러가지 다른 물증들도 있었기에 신속하게 기소할 수 있었다)

인권은 사법처리를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보다 정확한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까 말했던, 수사과정에서 용의자의 인권이 지켜지면 보다 정확한 사법처리에도 도움이 된다. 용의자를 제대로 대우하면서 수사를 해야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것이고, 그래야 진범을 잡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않을 것 아닌가.

어제 (이름도 언급하기 싫은) 한 신문을 보니 기자가 칼럼이랍시고 인권단체들이 이 사건에 대해 뭐라 하지 않는다고 드립 치던데…
그런 애들보고 오바마가 한 마디 했단다 … Jackass …


인권단체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 특별히 할 말 없어서 안하는 거다.
앞서 말했듯이 형량을 낮춘다고 범죄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도 아니고, 형량을 높인다고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피해자와 가족의 인적사항이 노출되는 것 같은 것이 진정한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 나는 비록 그 이름이 가명일지라도 이 사건을 피해자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그 가족은 지금 무슨 느낌을 받고 있을까?

3. 정의라는 것

이번 사건을 보며 분노하고 범죄자를 욕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 분노가 정의를 실현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 의미와 결실도 있을게다.
문제는 범죄자를 욕하고, 죽이고 찢어버려도 이 세상이 더 정의로워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더 이상 이런 사건을 봐도 화를 내지 않게 된다면 세상은 이미 망쪼겠지만, 이 세상을 정의롭게 하려면 조금 더 생각을 해야 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그렇게 열받아 하는 와중에 정운찬씨는 총리가 되었다.

요즘 연예인을 동네 북으로 삼는 분위기가 더 커진 듯 하던데,
이게 과연 정의감의 발로인지, 아니면 단순히 전위(남대문에서 뺨맞고 종로에서 분풀이하는)의 결과인지는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모순이 많은 동네일수록 도덕을 더 내세운다.
하지만 언제나 그 ‘도덕’의 대상은 권력자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다.
만만한 애들을 밟으라고 던져주고, 대중은 그 만만한 애들을 밟아주고는 뿌듯해하며 돌아간다. 그들이 내세우는 도덕은 대중의 관심을 진짜 중요한 곳으로부터 돌리고
스스로 정의를 실현했다고 자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떡밥이란 거다.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정치가들이 여론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여론이 정치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니까.
하지만 여론이 누군가의 떡밥을 물고 흔들리면,
정치가가 여론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과연 이 아동성폭행 사건이 한 연예인을 성매매 대상으로 삼아 자살로 내몬 사건보다 더 추악할까?
하나는 뇌부터 잘못된 또라이의 참혹한 범죄이지만, 다른 하나는 겉보기엔 멀쩡한 작자들이 권력을 이용해서 체계적으로 약자들을 착취한 추잡한 범죄다. 분노로 정의를 판가름한다면 적어도 두 범죄에 대한 분노는 같아야 하지 않을까?

이번 아동성폭행 사건에 인권단체까지 끌어들여 욕하는 설레발을 떨던 앞서의 그 신문은 연예인을 죽음으로 내몬 사건에 대해서는 (즉, 자기들에 관련된 것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정의는 뭘까?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정의는?

어느 아동성범죄자의 컴퓨터에서 나온 이미지를 인터폴이 해독하여 추적하였다.
이 사내의 정체는 당시 32세의 캐나다인이자 전직 교사인 크리스토퍼 폴 닐.
그는 태국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고 13세의 남자아이를 강간한 죄값으로 3년 3개월의 형을 받았다.

4. 악성댓글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라디오에서 “당신이 남긴 악성댓글 …” 운운하며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흉기” 드립 광고가 나오더라.

악성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자기나 남의 인생을, 심지어 자그마치 대한민국을 갉아먹기 위해서?
아니지. 그들 나름으로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은 자기들이 욕할만 하니까 욕을 한다고 생각하는거다.
욕먹어도 싼 것들에게 욕하고, 자살해야 하는 것들에게 자살청원을 하고, 사형해야 할 것에게 사형 댓글을 주고 찢어죽이고, 어쩌고 저쩌고… 다 그럴만 하니까 하는 거 아니던가.

이번 아동성폭행 사건 범인에 대해서도 온갖 악플들이 난무했다.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도 분명 악플 하나쯤 날린 이도 있을 거다. 그런데 당신은 그 글을 쓸 때 그게 악플이라고 생각했나? 아닐걸, 정의의 응징이라고 생각했겠지.
이게 악플 날릴 때의 기본 자세다.
그러니 그 악플을 쓰는 동안은 대부분 떳떳하다.
악플러들은 양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양심 때문에 악플을 날리는 거다.

그런데 이런 ‘욕먹을 만하니까 욕을 준다’는 사고방식은 무엇하고 비슷하냐하면…
“그들은 보상금 좀 더 받겠다고 철거에 저항하고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으니까 불 타 죽었어도 어쩔 수 없다(혹은 그래도 싸다)” 라는 식의 사고와 똑 닮았다.
더 나가면 “그들은 유태인이니까 죽어도 싸다.” “그들은 대지진의 혼란속에서 약탈을 한 조센징이니까 죽여도 된다” 는 식의 사고로 이어진다. 인권개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도덕과 정의만 남았을 때, 세상은 그렇게 무시무시해진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에 난무하는 악성댓글이 과연 용산참사를 다루는 신문기사보다 더 악한지 의문이다. 진짜 악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 것은 용산참사에 대한 경찰관계자와 여당정치인들의 강아지소리들, 그걸 더 키워서 보도하면서 정작 중요한 사실들은 쏙 빼는 신문들이 아닐까? 나는 최근에야 그 사건이 삼성하고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여당 의원 누구가 총리 청문회에서 말씀해주시더군. 삼성이 보상금을 왜 준대? 그나마 합의한 것도 아니더만 …

악플은 좋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쁜 것도 많다.
악플을 줄이고 싶다면 인권에 대한 의식부터 키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대할 수 있는 어떤 대우가 있다.
그가 무슨 짓을 저질렀든,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의심받고 있든, 일단은 모두 사람이니까.
우리가 다른 인간을을 그렇게 대우함으로써 우리 자신도 진정 사람이 되는 거다.
인권은 남을 존중하는 것이고 동시에 나를 존중하는 것이니까.

영화 <래리플린트>의 원제, ‘국민 대 래리플린트’ 사건에서 저질포르노 잡지 <허슬러>의 발행인 플린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쓰레기 맞다. 그런데 나 같은 쓰레기마저도 존중받을 수 있다면,
그건 이 나라의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거다.”


이런 꼬라지가 그리도 싫다고?
그냥 어떤 짓을 했느냐, 아니 어떤 사상을 가지느냐, 혹은 어떤 지역 출신이냐에 따라
그 대우가 생과 사를 가를 만큼 달라져야 된다고 믿는다고?
그래서 사형제 폐지하라는 인권위가 그렇게 밉다고?

그러면 최소한 악플가지고 뭐라 하지 말자.
그런 무시무시한 믿음에 의해 발휘된 행동들 중에서
악플은 그나마 가장 덜 추악하고 가장 덜 위험한 행동이다.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흉기“
악플에 붙여주기엔 너무 거창한 이름이다.
근데 악플에 이런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이유가 뭘까?

5. 민주주의

민주주의. 말로는 쉽기 때문인지 개나 소나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히틀러의 나치독일도 자칭 민주주의국가 였다. 물론 북한도 자칭 민주주의 공화국이고.
왜 민주주의냐고? 걔네들도 투표 하거든.
북한에서도 투표를 한다. 근데 그 결과가 보통 99.9% 찬성이다.
만약 “다수결의 원칙”만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면, 북한도 민주주의 맞다.
하지만 대다수는 북한이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할 거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가 빠졌기 때문이지.

북한은 싫어도 싫다고 말할 수 없는 나라,
반대의사를 개인으로든 집단으로든 밝힐 수 없는 나라다.
그러니까 투표를 하면 99.9%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국론통일? 좋다. 근데 자유로운 언론을 지워버린 상태에서의 국론통일은 바로 전체주의다.
다시 말해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가 빠진 채로 다수결의 원칙만 따르면 그대로 북한 같은 전체주의 국가 되는 거다.

분명히 북한에는 악플이 없을 거다.
하지만 나는 악플없는 북한보다는 악플 넘치는 이 나라가 더 좋다.
여기에 안 그런 사람 있나? 왜냐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늘 시끄럽기 마련이거든.

그럼 이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서 지금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는 과연 얼마나 존중되고 있나?
혹시 그것을 저해하려는 법안이나 시도는 없던가?
작금의 소위 불법시위에 대한 온갖 처벌과 손해배상 소송은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고,
전체주의 국가로 이행할 가능성을 높이지 않나?

원칙적으로는 악플도 개인의 의사 표현이므로 존중되어야 한다.
물론 거짓말을 유포시키는 것은 나쁜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여서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기회만 준다면 그리 심각하게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고 최진실씨가 과연 악플때문에 죽었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원래 악플에 대한 최선의 대처법은 ‘개무시’ 다. 악플러들이 원하는 거는 관심이거든 … 그걸 안주면 걔네들 딴데간다.
하지만 연예인은 악플을 개무시할 수가 없다. 왜냐면, 개념없는 찌라시들이 그걸 받아적어서 기사화 하니까.


최근에 소위 악플 혹은 인터넷에서 이슈화된 사건들을 돌이켜보라.
사실 그거 기성 언론이 받아쓰기하거나 뻥튀기 시킨 바람에 더 커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진짜 문제는 악플이 아니다. 인터넷 서핑을 취재로 착각하는 개념없는 찌라시들이 문제지. 기자라면 기사를 쓰기 전에 진위여부부터 파악하고 볼 일 아닌가? 그냥 인터넷 뒤져서 기사 쓰는거면 그게 기자냐, 그게 언론이냐고 …

난 악플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악플을 보면 나도 기분 나쁘다.
기왕이면 더 점잖고 고상한 표현으로 통쾌상쾌하게 표현하면 좋지 않나.
근데 어쩌랴. 걔네들은 표현법이라곤 고작 그따위 밖에 배우지 못했는 걸 …

악플은 결국 지 얼굴에 똥칠하는 건데, 정말 그걸 모르는 경우도 있고

하도 열받아서 잠시 이성을 잃었을 수도 있고(나도 가끔 그런다), 혹은 나는 이미 망가졌으니 같이 망가지자는 심정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좋지 않지만, 악플은 그런 모든 좋지 않은 것들이 모여서 결과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거다.

근데 악플만 쏙 빼버리자고? 그게 되겠나 …

미국이나 일본의 언론사이트나 포털에 달린 댓글들은 (우리가 보기엔) 매우 점잖다.
사실 인터넷 댓글이 제일 지저분한 동네로 우리나라는 분명 3위 안에 들거다.
그럼 외국애들은 왜 대체로 공공 공간에서 욕을하기 꺼려하는 걸까?

욕을 하는 순간 내 수준이 떨어진다는 걸 교육과 경험으로 알고 있고,

욕설 말고도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어휘를 써야 제대로 욕을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걔네들도 진짜 열받으면 욕설을 한다.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그러고 나서는 자기가 진 거라고 쪽팔려 한다는 것 뿐이다.

어쨌든, 인권, 표현의 자유..
이런 것들은 성범죄자 처벌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가 전체주의가 되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거다.


현재 인터폴에 의해 공개수배 중인 아동성범죄 용의자. 2006년부터 수사를 하였으나 여전히 신원과 거주국가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



영진공 짱가

증권가 정보지(찌라시)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이유


 

최근 한나라당에서 “최진실법”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더군요.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사실부터 적시하고 보죠.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온오프라인을 포괄하는) 모욕죄는 이미 있습니다.
특히 사이버 공간관련해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 있죠. 이 내용은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누구든 검색할 수 있습니다.

제70조 (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전문개정 2008.6.13]

이 법은 2004년에 제정된 것이며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내용이 명시된 것은 2007년부터입니다. 마지막 표시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법령은 올해 6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최진실법”은 없던 법의 제정이 아니라 이 사이버 명예훼손법의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뜻입니다. 개정의 주요 내용은 3항의 친고죄 항목을 없애겠다는 것이죠.
즉, 뭔 일 생기면 무조건 수사하고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건데, 놀랍게도 이미 경찰은 그렇게 하겠다고 나섰군요. 이 나라, 법치국가 맞습니까?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1005090202767&p=yonhap

이번 최진실씨 사건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원인을 인터넷 악플러 몇명과 증권사 모씨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도 간편하지만 참으로 무모한 짓입니다.
그렇다면 뭐를 문제 혹은 원인으로 봐야 할까요?

저는 우선 “연예인은 공인이다” 라는 명제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심지어 연예인들까지도 자기들이 공인이네 뭐네 하는데…
공인은 공공의 이익에 직결되는 사람을 뜻합니다.
즉, 정치가들, (정책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무원들, 언론사 간부들, 우리나라 같은 재벌 국가에서는 재벌 총수들 같은 사람이 공인이죠.

공인의 삶에 대해서는 대중이 간섭하거나 강요할 권리가 어느 정도 인정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뭔짓을 하는지가 우리 삶에 직결되니까요.
예를 들어, 그들이 뇌물을 받고 정책결정을 하면 우리 삶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들이 퇴직후에 특정 회사의 임원이 되는 것 역시 그 작자들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테니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들이 신문사 기자들과 술먹고 여기자의 가슴을 주물러대며 여주인인 줄 알았다고 주절대고서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우리의 공익에 직결됩니다. 법적 문제를 떠나서 일단 특정 신문사 사람들과 같이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보도의 편파성을 유발할 테니 말이죠.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사안이 바로 공인이 왜 공익과 직결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14062.html

하지만 연예인은 그냥 유명인일 뿐입니다.
그네들이 뭔짓을 하든, 그네들이 바람을 피우던 이혼을 하던 죽네사네 싸움질을 하던 반말을 찍찍 하던 욕을 하던 마약을 먹던, 그건 우리가 밥먹고 출퇴근하고 생활하는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저 그네들의 삶일 뿐입니다.
따라서 거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수다를 떨 수는 있어도 감놔라 배놔라 할 자격이 없습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거꾸로입니다.
진짜 공인들이 뭔짓을 하는지는 잘 알려지지도 않고, 알려져도 별로 관심도 없고, 간섭이나 비난은 커녕 심지어는 두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명인에 불과한 사인들인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의 관심과 비평과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되죠. 소위 말하는 ‘국민정서 법’에 따라서 말이죠.
게다가 더 골때리는 일은 진짜 공인에 대한 평가마저도 연예인에 대한 평가를 닮아간다는 겁니다. 그의 공적인 정책결정의 내용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소한 언행이나 소위 말하는 ‘인간적인 면’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죠.

이런 게 정말 잘못된 거고 ‘개탄할 일’ 인 겁니다.

이 나라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국민정서가 아니라 공익입니다.
실체도 없는 국민정서에 매달리는 동안 공익이 위협받고 있다구요.

이번 사건에 마음속에 약간이라도 찔리는 사람들 있을겁니다.
최진실이 하룻밤새 읽은 악플이 3천개였다고 하니, 중복악플을 감안하면 그것만으로도 최소한 2천명 정도는 양심에 가책을 받아야죠. 하지만 그들 대다수는 떳떳하다고 주장할 겁니다. 왜? 자기는 국민정서를 대신해서 악플을 날렸을 뿐이라거나, 나도 어디서 들었을 뿐이라거나 … 모두 헛변명입니다. 그럴 에너지를 진짜 공인을 감시하고 평가하는데 쓰세요.

그리고 둘째로 증권가 찌라시가 확산된 통로가 인터넷이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인터넷이나 리플 탓을 하는 것은,
자동차사고의 원인으로 자동차나 고속도로를 탓하는 셈이죠.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찌라시를 수사한다고 없앨 수 있냐는 겁니다.

찌라시가 돌아다니는 이유는
사람들이 찌라시를 필요로하기 때문이고,
사람들이 찌라시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제도권 언론이 제구실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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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신문이 증권가 정보지를 인용했다가 삭제하기도 ...

신문방송에서 하는 보도에 진짜 정보들이 결핍될 때,
그래서 신문방송이 찌라시 수준이 될 때,
찌라시와 유언비어가 언론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미 땡전뉴스 시대에 다들 겪어본 일 아닙니까.

게다가 이번에는 그 찌라시의 내용을 기성언론이 확대재생산했죠.
이런 짓은 예전부터 비일비재했습니다.
몇몇 예를 보여드리죠. 이게 신문입니까, 찌라시입니까?
http://sports.chosun.com/news/news.htm?name=/news/entertainment/200702/20070210/72j16007.htm

네티즌들은 이런 기사를 일컬어 ‘ABC놀이’라고 합니다.
기사가 아니라 놀이죠.
이런 걸 쓸려면 실명을 직접 언급하던가, 자신이 없으면 아예 기사를 쓰지 말아야죠.
최소한 언론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요?
미국이나 유럽에도 가십들은 늘 넘쳐나고 파파라치들이 난장을 부립니다만,
최저급의 타블로이드라 해도 ABC놀이는 안합니다.
기사화 할때는 애초에 실명을 쓰죠.

사실 이번 사건관련 루머도 저는 리플이 아니라 포털의 신문기사를 통해서 처음 봤습니다.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이었죠. 내말이 아니라 그냥 요즘 이런 이야기가 떠돈다 카더라는 말로 소문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 빌붙어 먹는 보도 말입니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16&articleid=2008092411270995947&newssetid=83

심지어 사망기사에도 이렇게 뒤에 물음표를 곁들여주는 센스로 카더라 통신을 반복하는 이 저질 기사들..-_-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12&articleid=2008100208464575819&newssetid=82

결론적으로 굳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따지자면,
연예인은 공인 취급하면서 정작 공인은 연예인 취급을 하는 우리 대중문화와
지금처럼 무뇌아처럼 소위 관계자의 지도편달에 따라 움직이면서
인터넷이나 찌라시를 기웃거리며 선정적 내용을 확대 재생산이나 해대는
자칭 기성 언론이 가장 큰 원인제공자입니다.

적어도 기성언론에서는 누군가 이에 대해 반성을 할 줄 알았는데
어디서도 그런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군요.

뭐 부끄러운 줄 알 정도의 인간들이면 저러고 있지도 않겠지만 …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