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중수, 고수는 총잡는 자세부터가 다르다.



발달심리학자 J.R.Harris는 사람은 성장하면서 개성을 드러내는 과정이 마치 모래시계 모양이라고 한다.

나는 사회화는 일종의 모래시계 같은 모양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처음에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개인으로 시작해서 집단의 압력에 의해 한데 묶여서 보다 비슷해진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집단의 압력은 점차 약해지고 개인차가 다시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독특해지는데 왜냐하면 자신들의 특이함을 숨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다른 사람과 달라져도 별로 심한 벌을 받지 않는다 (Nurture Assumption, Ch.15)

다시 말해서 우리는 어릴적에는 제각각 독특한 개성을 가진 존재였다가, 학교에 입학하고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당하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면 서로서로 비슷비슷해지고, 회사에 가서도 조직문화에 적응하느라 비슷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다 점차 승진하고 간섭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예전에 억눌러왔던 개성이 다시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거다.

그럴듯한 얘기다.

그런데 이런 모래시계 모양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기를 생각해보자.
그림의 초보자들은 정말 제멋대로 그림을 그린다.
이 규제받지 않은 상태의 그림들 중에는 후앙 미로 같은 대가의 그림과 별 차이없는 개성과 창의성이 보이는 그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초보다운 어설픈 그림들이다. 그러다가 그림교육을 받으면 그림 그리는 방식들이 서로 비슷해진다. 이게 중급자 단계다. 이때도 재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가끔 드러나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림만 보고는 어느 그림이 누구 건지 잘 분간이 안된다. 제대로 교육을 할수록 그림간의 차이는 적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림을 계속 그리다 보면, 그래서 그림 속에 자기의 마음을 담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 이제 그림속에 그린 이의 개성이 녹아들게 된다. 이게 고수의 상태다.
이건 글도 마찬가지고,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어디서나 초보는 제멋대로고, 중수는 획일화되어 있고, 고수는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제멋대로가 된다. 초보의 제멋대로는 미숙하기 때문이지만, 고수의 제멋대로는 기술을 통해서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액션영화는 이런 초보와 중수, 고수의 차이를 드러내는게 매우 중요한 장르다.
총을 쥐고 겨누는 방식을 예로 들어보자. “스티븐시갈”이 총을 들고 약실을 확인하고 표적을 겨냥하는 방식은 조금씩 남들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그럴 듯 하다. 그의 포즈는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어설픈 초짜 경찰이 덜덜떨며 총을 겨눌때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거다.
 

실제 특수부대원들에게서도 이런 차이가 나타난다고 한다. 지난 20-30년간 FBI에서 가르치는 권총사격 자세는 계속 바뀌어 왔다. 그냥 카우보이처럼 무조건 뽑아서 쏘라고 가르친 적도 있고, 급해도 신중하게 가늠자와 가늠쇠를 정렬한 다음에 쏘라고 가르친 적도 있다(요즘은 후자란다). 쏠때도 방아쇠 울에 손가락을 걸라고 가르친 적도 있고, 그게 균형을 깨트리니까 그냥 손잡이만 마주잡고 쏘라고 가르친적도 있다. 그런데 FBI의 고참 수사관은 오래 전부터 훈련을 받은 사람이므로 이런 훈련방식의 변천과정이 그대로 몸에 배게 된다. 즉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자기만의 쏘는 방식을 체화하는 거다. 반면에 FBI 훈련소를 이제 막 마친 중수급의 신참 수사관은 훈련소에서 배운 대로 총을 쥘 것이므로 동기단위로 똑같은 포즈가 될 것이다. 이런 신참 수사관들도 관록이 붙으면 자기 체형과 경험에 맞는 자기만의 자세가 저절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제대로 된 액션영화를 표방한, 『쉬리』에는 정말 여러 가지 애석함이 넘쳐난다. 스토리도 빈틈이 많고, 현장요원과 분석요원의 구분도 없는 첩보기관이라는 설정도 허술하고, 특수폭탄이 필요한 이유같은 개연성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런 애석함 중에는 이 특수요원들의 자세도 포함된다. 어떻게 된게 북한군 특수부대나 OP 요원들이나 총을 쥐고 겨누는 자세가 아주 똑같다. 그것도 고참 신참 구분이 없다. 어떻게 남한과 북한에서 똑같은 사격자세를 가르치겠는가, 그리고 “최민식” 같은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요원과 “한석규”의 자세가 같겠는가…. 뭐 나름대로 영화 촬영 전에 총기관련 훈련을 받은 결과라지만, 그래서 홍콩영화처럼 양손으로 쌍권총 난사하는 말같지 않은 장면을 없앴다고 자찬을 하더라만, 제대로 된 액션연출이 되려면 그것만으로는 2% 부족한 거다.
 

『쉬리』만 그런게 아니다. 사실 그 이후에 나온 총기를 다루는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대부분 초보수준의 자세(이건 아예 훈련도 안시킨 거다)이거나 중수 수준의 자세에 머무른다. 거기엔 다양성도 없고 개성도 없다. 그냥 총을 쏘는거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총을 다루는 기본만 가르치고(쏠 일이 없을때는 반드시 방아쇠에서 손가락 뗀다 같은…) 나머지는 제각각 알아서 하게 하는게 더 그럴듯한 연출이 될 수도 있다. 개성을 드러내려면 실제 포즈의 미묘한 차이를 과장해도 되니까 말이다. 꼭 양손으로 총을 쥐어야 실감이 나는게 아니다. 고수쯤 되면 한손으로 총을 쏠수도 있지 않겠나.

대표적인 총 뺏아야 되는 포즈, 해머코킹 한 상태에서 방아쇠에 손가락 걸고 폼 잡기... 대략 오발사고 내고 싶어서 환장한 자세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영화에서도 출연진에게 군사훈련을 시켰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당시 사격자세의 기본을 충분히 숙지했을 뿐만 아니라, 그게 획일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미묘하게 다른 차이까지 보여주곤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총잡는 기본뿐만이 아니라, 그 기본의 다양한 패턴에까지 통달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우리 영화에서 초보와 중수 그리고 고수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액션연출은 언제쯤이나 가능할까?

영진공 짱가

음악으로 만나는 청춘영화 두 편





영화를 음악으로 만나자!

그래서 준비한 두 편의 청춘영화는 1994년 개봉작 “청춘스케치(Reality Bites)”와 2000년 개봉작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이다.

먼저 “청춘스케치(Reality Bites)”.
“현실은 우리에게 아픔을 준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Reality Bites”가 어찌하여 “청춘스케치”라는 요상한 제목으로 변신하였는지는 알 도리가 없으니 더 이상 문제삼지 말고 전진하도록 하자.

  청춘스케치 (Reality Bites, 1994)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벤 스틸러의 감독 데뷔작으로 이단 호크, 위노나 라이더, 벤 스틸러가 주연을 맡았고 지닌 가라팔로, 스티브 잰이 함께 연기하였다.

X 세대라고 불리운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삶과 고민 그리고 사랑을 잔잔하게 묘사하는 이 영화는, “Reality Bites”라는 제목처럼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의 삶을 과장이나 분칠 없이 차분하게 보여주고자한다.  그래서인지 흥행성적은 평범했었지만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

이 영화는 또한 사운드트랙이 커다란 인기를 끌었는데, 신인이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이 이 영화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하기도 하였다.

자, 음악 속으로 고고~ 고고~

1. “My Sharona” By The Knack

그룹 The Knack이 1979년에 데뷔곡으로 발표한 이 노래는 발매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며 빌보드 챠트 1위에 올라 6주 연속 머물렀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1994년에 영화 “Reality Bites”에 삽입되면서, 다시 빌보드 챠트에 등장한다.  이런 경우는 여러 번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영화 “사랑과 영혼”에 삽입된 “Unchained Melody”와 영화 “웨인즈 월드”의 “Bohemian Rapsody”가 그러하다.



영화 속에서 만나는 “My Sharona”


뽀나스로 준비 한 The Knack의 “Good Girls Don’t”


2. “Baby, I Love Your Way” By Big Mountain

Peter Frampton의 1976년 히트곡인 이 노래 역시 그룹 Big Mountain이 신나는 Reggae리듬으로 다시 불러 영화에 삽입되면서 다시 커다란 히트를 기록한다.

사실 이 노래는 1988년에도 그룹 Will to Power가 불러 빌보드 챠트 1위에 올랐고, 다음으로 소개 할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도 삽입되는 등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있는 곡이다.



Big Mountain, “Baby, I Love Your Way”

사용자 삽입 이미지영화의 스틸 컷

3. “Stay” By Lisa Loeb

Lisa Loeb은 이 영화 덕분에 스타가 된 케이스.  영화가 제작 될 당시 가수 지망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던 Lisa의 남자친구는 바로 영화의 주인공인 이단 호크.

그는 Lisa의 노래 테이프를 들고가 감독인 벤 스틸러에게 들려주었고, 벤은 이 노래를 영화에 삽입하게된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처음 대중들에게 선보여진 이 노래, “Stay”는 미국과 영국의 히트챠트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하는 등 말 그대로 대박을 쳤고 Lisa Loeb은 탄탄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Lisa Loeb, “Stay”


뽀나스, “Keep On Loving You”

4. “All I Want Is You” By U2

“Reality Bites” 영화 사운드트랙의 백미 중 하나.
U2에 대해 굳이 더 적을 건 없고, 그냥 영화 속 장면으로 감상하시면 되겠다.


U2, “All I Want Is You”

자, 다음 시간에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를 음악으로 만나보도록 하겠다.
1부 끗.


영진공 이규훈


 

1997년 11월 21일 그리고 오늘 …


1997년 11월 21일

  * 한국 IMF 구제금융체제 돌입

2008년 11월 21일

  * 10시 53분의 외환시장

그리고,

  * 엔화 1,600원대 돌파

그런데 …

“이명박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환율불안과 관련, “외환은 건드리면 안 된다. 가만 놔둬야 한다”며 외환시장 불개입 입장을 밝혔다.”

뭘 어쩌자는 건지 …

영진공 이규훈

머시니스트 (El Maquinista, 2000), “크리스챤 베일의 모습 자체로도 충격적인 영화.”


흑백에 가까운 칙칙한 색감과 주인공의 과거를 되집어 나가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2002)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감추어진 과거의 기억이 수많은 데자뷰를 통해 단절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머시니스트>는 좀 더 난해한 공포물의 느낌을 준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겪은 1년 간의 불면증과 결벽증, 심각한 수준의 체중 감소, 그리고 여러 정신 착란 증세들의 근본 원인이 속시원히 밝혀지지만 그것은 이제껏 보지 못한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무엇이라기 보다는 한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위안으로 자리 잡는다.

사실 <머시니스트>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부분은 다름 아닌 이 영화를 위해 30kg을 감량했다는 크리스챤 베일의 모습 그 자체다. 한 편의 영화를 위해서, 그리고 그 안의 인물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이쯤되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우리의 고정 관념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예전에 <정사>(Intimacy, 2000)에서 케리 폭스의 연기를 봤을 때에도 새삼스레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었는데, 일반적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수준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배우도 엄연한 예술가로서의 지위를 인정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자연인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선 크리스챤 베일의 성취와 연기에 힘입어 <머시니스트>는 보기 드문 강한 설득력으로 무장한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시작된 주인공의 길고 긴 내면적 고통의 깊이가 관객들에게 이토록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배우의 공로라고 할 수 있다. 마침내 되찾은 영혼의 안식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해주는 <머시니스트>의 에필로그는 바로 이러한 부분의 정점이다.

영진공 신어지

문근영에게 박수를 … 미네르바에게 지지를 …


요 며칠 문근영과 미네르바가 화제다.

문근영의 참으로 아름다운 기부행위가 어려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안겨주어 화제이면서 동시에 이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헐뜯고 있는 일부 정신 나간 인사들이 입방아에 올라있는 것이다.

미네르바는 인터넷포탈 다음의 아고라 경제 게시판(이하 아고라 경방)에서 글을 쓰는 논객인데, 이 분의 경제전망이 매우 정확하고 정교하여 화제이면서 또한 이 분에 대해 정부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 공공연하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서 커다란 논란이 되고있다.

당사자들은 그저 자신이 하여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 느끼고 있을텐데, 우리 사회는 이마저도 못 견뎌하는 못난 사회가 되었는가 보다.

이에 영진공은 두 분에게 뜨거운 박수와 지지를 보내고자 한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편하게 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애타게 바라면서 …


 


문근영 님에게.
그대의 고운 마음씨와 손길에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 생각하실 것이기에 실은 이런 감사의 글을 올리는 게 멋쩍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무덤덤하게 글 몇 줄 올리는 걸로 요란한 박수를 대신하렵니다.
마음 편히 하시고요, 좋은 작품을 통해 계속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미네르바 님에게.
님이 아고라 경방에 처음 글을 쓰실 때부터 즐겨 읽으며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대의 “극사실주의”를 좋아하였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에게 외치는 절절한 사자후에 공감하였습니다.
그대에게 이런 시련이 닥치고 주류언론이 상업주의의 손길을 뻗치리라는 걸 그때는 예상치 못했었는데, 이리도 심각하게 우리 사회가 험악해지고 말았습니다.
부디 건강 잘 살피시고 건필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영진공 이규훈